코펜하겐 기후협약, 선진국-개도국 첨예한 대립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개막된 지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턱없이 낮으면서도 자신들의 부담은 부당하게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들 역시 개도국의 부담 증가를 요구하면서도 녹색 기술이전과 재정 지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100여개 정상들이 참여한 정상회의가 열릴 때까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온실가스 최대 방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어떤 추가조처를 내놓느냐에 따라 총회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수웨이 중국 기후변화협상 대표는 외신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 지나치게 '소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수웨이는 "EU 제안은 불충분하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2020년까지 EU와 미국은 각각 '1990년 대비 20%'와 '2005년 대비 17%'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놓은 상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은 회의 주최국 덴마크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이 공개되면서 증폭됐다.
초안에는 모든 당사국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도국보다는 최빈국과 기후변화 취약국에 기후변화 지원금이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31개 개도국 모임인 G77은 "세계인구의 80%를 더욱 큰 고통으로 몰아넣는 불공정한 타협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옥스팜, '지구의 친구들' 등 주요 NGO들도 일제히 초안을 비판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비용 부담과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나서는 개도국에 2012년까지 총 300억달러 기금을 출연할 것을 제안했지만, 수웨이 중국 대표는 "세계 인구로 나누면 코펜하겐에서 커피 한 잔도 사 마실 수 없다"고 비꼬았다.
또 개도국은 선진국의 환경기술 접근권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선진국은 시장메커니즘과 기존 제도를 통한 기술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