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원 첫 공동 집필…동아시아 통합 초석 놓는다
2010년은 한ㆍ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예년 같으면 과거사 문제로 한ㆍ일 관계가 냉랭해지기 쉬운 때다. 하지만 양국 간 거리는 최근 과거 어느 해보다 좁아졌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취임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핵심축이 될 한ㆍ중ㆍ일 3국 정상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동아시아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과 일본의 젊은 정치인들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교류협력의 교두보가 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1일 '한ㆍ일 청년의원단(가칭)'이 공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강용석(오른쪽) 한나라당 의원과 가자마 나오키 일본 민주당 참의원 의원 |
한ㆍ일 청년의원단에는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인 강용석 의원을 주축으로 같은 당의 김세연 김영우 이학재 홍정욱 의원이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민주당 청년부 부위원장인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참의원 의원과 도쿠나가 히사시(德永久志) 미토 마사시(水戶將史) 나카타니 도모지(中谷智司)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민주당 참의원 의원, 무소속인 도야마 이쓰키(外山齋) 중의원 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과거 10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100년의 정(情)을 쌓기 위한 초석으로 한ㆍ일 간 현안을 담은 책을 공동 저술할 계획이다.
강 의원과 가자마 의원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만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본지는 이날 대담에 단독으로 동석했다.
대담에 앞서 강 의원은 최근 부산 실내 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11명이 사상한 데 대해 애도와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부산 사격장 화재 피해자 모두에게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부터라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마음 편하게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마 의원은 "한국 정부가 이번 사고에 신속하고 성의있는 태도로 대응해 일본 국민들이 감동했다"며 "일본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일 우호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의원과 가자마 의원 등 한ㆍ일 의원 10명은 지난달 1일 서울에서 만나 한ㆍ일 청년의원단을 결성했다. 양국 의원들은 새 모임을 통해 한ㆍ일 간 현안에 대한 토론을 거쳐 결과물을 책으로 묶을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이 공동 저작에 나서는 것은 한ㆍ일 정치역사상 첫 시도다.
강 의원은 "양국 의원이 정기적으로 모여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꼽은 현안을 책에 담아 출간할 계획"이라며 "저술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전문 분야가 다른 만큼 양국 의원이 2인 1조로 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자마 의원은 "한ㆍ일 의원들이 하나가 돼 책의 공동 주제를 꼽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찾는 과정은 양국의 미래지향적 교류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는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동아시아공동체, 북핵, 일본인 납치, 환경ㆍ에너지 등 5가지 주제가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제별로는 한ㆍ일 FTA와 동아시아공동체는 한국에서 강 의원과 이 의원, 일본에서는 미토와 나카타니 의원이 맡기로 했다. 또 북핵과 일본인 납치 문제는 홍 의원과 김영우 의원, 가자마와 도쿠나가 의원이 주축을 이룬다. 환경ㆍ에너지 분야는 김세연 의원과 도야마 의원이 전담할 예정이다.
강 의원과 가자마 의원은 공동 저술 작업이 한ㆍ일 교류협력 강화는 물론 동아시아의 통합을 이루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의원은 "하토야마 총리가 내세우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주장과 다른 것이라면 대환영"이라며 "세계 경제는 유럽엽합(EU) 처럼 급속히 경제블록화하고 있는데 아시아만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원들이 한ㆍ일 간 현안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높이고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은 동아시아 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마 의원도 "일본에서 새 정권이 창출돼 한ㆍ일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양국 의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견해차를 해소하는 공동 저술 작업은 향후 한ㆍ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재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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