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국회 이제는 안된다·상]공전과 파행으로 얼룩진 국회 자화상

2009-11-29 11:37

89일 만에 원구성 마친 18대 국회, 45.1% 파행
의원발의 법안 가결율 7% 머물러…역대 최저치
법안 처리율 고작 27%…17대(77.6%) 비해 급락

18대 국회 2년차는 공전과 파행으로 얼룩진 자화상을 남겼다. 30일 현재 총 회기일수 419일중 절반에 가까운 189(45.1%)일이 파행과 공전의 연속이었다. 이번 정기국회의 경우,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 발언이 빌미가 돼 1주일이나 늦게 정기회가 시작됐다. 지각한 정기회도 정 총리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위가 6일간 공전됐고, 4대 강 사업 예산 문제로 인해 2주일간 새해 예산안 심의가 늦어져 부실심사라는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

18대 국회는 임기시작 89일만에 원구성을 마치는 등 시작부터 지각국회였다.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협상 반대를 명분으로 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졌고 연말 입법전쟁을 이유로 예산안 처리를 위한 12월 임시회는 23일간이나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도 국회 파행은 도를 넘었다. 2월 임시회에서 미디어법 관련법과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산분리완화 법안을 놓고 여야간 대치가 이어져 7일간 국회는 공전했고 해당상임위는 점거로 홍역을 앓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정국이 이어지면서 6월 임시회는 42일 지각한채 미디업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본회의장을 동시에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결국 지난 7월22일 한나라당은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강행처리했고, 이에 반발해 민주당은 “끝까지 간다”며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하면서 9월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또 야당이 세종시 수정문제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해 여야는 2주 넘게 예산정국을 공전시켰다.

‘최장 기간(42일) 국회의장 미선출’, ‘여야 동반 본회의장 점거(22일)’ ‘폭력·망신국회’ 등 유례없는 불명예 기록을 양산한 이번 국회가 민생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혹평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행국회는 자연스레 기본 책무인 입법활동에 소홀했다. 지난해 개원 이래 현재까지 법안발의는 638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17대 국회의 3504건, 16대 국회의 2977건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얼마나 법안이 처리됐느냐다. 법안 처리율(가결·부결·폐기·철회)을 보면 현재까지 이번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7.8%(1772건)다. 17대 국회 77.6%, 16대 국회 82.2%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잦은 정쟁으로 국회가 공정되면서 법안을 제출만 해놓고 심의나 의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무더기로 내놓은 법안 가운데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문구만 조금 바꿔 재탕하는 것들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전체 5541건중 400건만 가결돼 7.2%의 통과율을 보였다. 852건이 제출돼 292건(34.3%)이 가결된 정부발의 법안보다 매우 낮은 수치다. 이는 역대 최저 통과율로 1144건이 의원발의돼 461건이 가결된 15대국회(40.3%)의 4분의 1수준이다. 16대(26.9%)와 17대(21.1%) 감소추세던 의원발의 법안의 통과율은 18대국회 들어 한 자릿수로 급락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정치력이 부재한데다 청와대 등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고, 민주당은 지지기반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며 “12월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국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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