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사이드)
다음달 7일 포스트 기후협약을 논의하는 코펜하겐 기후정상회담이 열린다. 1997년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가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이래 12년만이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17일 오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뉴욕타임즈 등 세계적인 언론은 이를 매우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특히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철강업계는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의 4.4%에 달하기 때문이다.
나병철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연구원은 24일 보고서에서 7대 한국철강산업의 과제 중 두 가지를 친환경 관련 이슈로 소개했다. 이를 요약하면 친환경·자원절약형 기술을 개발해 적극 도입하고 전기차 등 녹색산업에 맞춘 철강재 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는 포스코를 필두로 한 국내 철강업계에는 크나큰 시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일찍이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준비해 온 만큼 오히려 현재의 위기를 기회삼아 향후 ‘에코 스틸(Eco Steel)’ 시대에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 파이넥스 공법‥ 이산화탄소 배출 10% 저감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전경. (제공=포스코)
포스코는 대부분의 철강공정에 주요 에너지 회수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강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06년까지 5.3% 저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에너지 회수설비를 추가로 도입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오는 2013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저감노력의 중심에는 ‘파이넥스 공법’이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는 기존 고로의 환경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환경친화형 제선공정이다.
소결공정과 코크스공정이 생략된 파이넥스는 원천적으로 기존 고로원료 예비처리 단계가 불필요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따라서 고로공정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
2007년 가동을 시작한 파이넥스 상용화설비(연산 150만t의 용선 생산)의 혁신기술개발 과정은 석탄 사용량 저감 효과로 나타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반면 에너지효율은 높아 환경과 실리의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파이넥스에서 1t의 용선을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고로 평균보다 약 3% 낮다. 포스코는 향후 파이넥스공정을 고로 대비 최대 10%까지 낮추기로 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파이넥스는 배출되는 부생가스를 재사용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흡착분리(PSA) 설비를 갖추고 있어 고로보다 이산화탄소 분리가 쉽다. 이렇게 분리해 낸 이산화탄소를 미래에 대규모로 격리 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감축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친환경과 신성장동력 동시에
포항ㆍ광양제철소 지붕에 있는 태양광발전시설. (제공=포스코)
포스코는 이 외에도 다양한 재활용 및 신재생에너지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 저감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책무를 다하면서도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한 사업성과도 올리겠다는 것이다.
먼저 76%를 에너지 재활용 기술을 이용한 자체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포스코의 에너지·자원·용수 재활용률은 98~99%에 달한다. 포스코가 온실가스 논의에서 원단위 감축 방식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이다. 원단위 방식은 배출 총량이 아니라 철강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 기준으로 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철강사에 유리하다.
태양광 발전에도 나섰다. 광양제철소 건물 지붕에 1M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 연간 2500Mwh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 주택 500여 가구가 사용 가능한 양이다. 연간 16억원의 전력 판매수익과 16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광양시 수어댐에서 공급받는 하루 17만t의 용수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을 통해 연간 30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승인을 받아 향후 10년간 2만6000t의 탄소배출권도 확보하게 됐다.
이 밖에 최근 탄소 대신 수소(H)를 이용해 산소를 분리해내는 ‘수소환원 신제철법’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원자력연구소와 포스코 산하 ‘RIST(옛 포항산업과학연구원)’가 협력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포스코는 탄소 대신 수소를 제철에 도입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해 상용화되면 철광석 환원 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신개념 철강 산업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포스코의 녹색경영 행보는 지난 2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 취임 이래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글로벌 녹색성장 리더(Global Green Growth Leader)라는 기치 하에 범포스코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범포스코 녹색성장위원회는 산하에 저탄소철강기술, 기후변화대응, 신재생에너지, 녹색신성장사업 등 4개 분과로 나눠 위원회를 매분기 개최해 과제별 전략 수립 및 추진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정준양 회장은 “위원회 설립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과 환경경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철강 산업에서의 윤리경영은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생각으로 새로운 21세기 윤리경영을 뿌리내리자”고 역설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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