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독특함의 세계 ‘2009 재외한국청년미술제’

2009-11-24 14:38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망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지난 5일부터 12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 '2009 재외한국청년미술제'가 그것이다. 

   
 
전동훈作, 당기기, 2008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24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국내외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들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90여 명의 추천인 가운데 24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독일·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웨덴·중국·아르헨티나 등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작가들의 출생·활동지가 다양해서인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색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주제는 'U·S·B'다. U·S·B는 ‘도시 유목 (Urban Nomadism)’의 이니셜 U와, ‘홀로서기 (Species of Singularity)’의 S, ‘형태의 생성 (Becoming Gestalt)’의 B를 합성한 것이다. 참여 작가들이 경험한 다양한 사회·정치·문화적 환경과 그 속에서 고민했을 법한 개인의 정체성 그리고 작품에 대한 미학적 고찰 등을 고려해 지은 명칭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한가람 미술관은 'U·S·B' 작가들의 작품으로 신선함이 흘러 넘친다. 특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권대훈의 '숲에서 길을 잃다 2009'는 백미다. 작가는 영국 사회에서 경험했던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겪은 자아의 해체-극복-정체성 형성 과정을 담았다.

   
 
권대훈作, 숲에서 잃다, 2008-2009

 그의 작품은 양쪽의 흰 벽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어두운 길로 구성됐다. 흰 벽을 자세히 보면, 촘촘히 붙은 수천 개의 하얀 금속 조각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조각마다 받는 빛의 각도를 면밀히 계산해 서로 각을 달리하며 조각을 붙였다고 한다. 이 조각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움직이는 조명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또한 7m의 통로로 표현된 그림자 숲은 관객들을 수수께끼 같은 두려움과 허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창원 作, 남산의 하루, 2009


독일에서 활약하는 이창원의 ‘남산의 하루’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남산에 있는 백범 김구와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다. 이 동상들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을 상징한다. 그러나 동상 제작자의 친일 행적 논란 탓에 철거 요구가 끊이질 않는 게 현실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조각재료로 부적합한 커피 가루를 이용해 표현했다. 커피 가루는 자체의 연약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치적 측면에서는 거대 기업의 이해가 얽힌 ‘착취’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의미를 지닌 커피 가루로 그림자 효과를 내 남산의 동상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표현했다.

이원호의 '아트 나우'는 두개의 작은 텔레비젼과 오디오를 이용해 군 생활을 한 남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얼차려'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얼차려의 경험과 현재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결합시킴으로써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뉴 페이스들이 펼치는 ‘2009 재외한국청년미술제’. 이번 전시회는 관객들이 출품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지 문화와 접목된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작가들이 각국의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표출하는지를 통해 한국미술의 다양성과 활동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문의 02-580-1601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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