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금융권 빅뱅의 '핵'
외환은행이 금융권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올랐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발언이 전해지면서 금융권 새판짜기의 불이 당겨진 셈이다.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주요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매물들도 상당해 2010년은 '인수ㆍ합병(M&A)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유 회장은 20일 양평 힐 하우스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워크샾에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외환은행 인수에도 관심이 있다"면서 "인수 자금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외환은행 인수전의 물꼬는 강 행장이 텄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서 열린 G-20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3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이 공식석상에서 특정은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인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이 유력한 강 행장에게 외환은행의 인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 IB은행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M&A와 관련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특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 역시 외환은행에 대한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어서 앞서 강 행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은행과 산은지주, 하나지주 모두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에서는 강점을 나타내고 있지만 모자라다고 평가받는 기업금융과 외환 부문을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산은지주 또한 국내 점포가 40여 개에 불과한데다 소매영업 기반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수신기반과 영업망 구축을 위해 외환은행은 놓칠 수 없는 대상이다.
여기에 최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로 어수선한 농협이 뛰어들 경우 외환은행 인수전은 국민ㆍ산은지주ㆍ하나지주·농협 4파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또한 금융권 지각변동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경영권과 상관없는 지분 23% 중 7%를 블록세일로 매각할 계획이다.
또 지배주주에 대한 매각도 내년 상반기에는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인수에는 5조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오는 25일 채권단이 주주협의회에서 공개입찰방식 재매각 안건을 의결할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12월 중 매각주관사가 선정될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M&A가 기다리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다음달 3조원 규모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돌입할 계획이며 현대종합상사와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면 현대건설 역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기업과 은행의 자산 가치는 외환은행 5조~6조원, 대우인터내셔널 3조원, 하이닉스 4조원, 대우조선해양 3조~4조원, 현대건설 4조원 등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년 사이 단기자금이 90조원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M&A 시장에 상당한 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시중의 단기자금은 약 64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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