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위기 딛고 해외로!) 신한銀, 일본에 뿌리내리다

2009-11-03 09:01

(편집자주: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진출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신흥시장으로의 선진금융 전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주요 은행들의 해외진출 현황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지난 9월 14일 SBJ은행의 개업식에 참석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이 미야무라 사토루 SBJ은행 초대 사장에게 행기를 전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일본 시장은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다.

지난 9월 14일 문을 연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SBJ은행)은 열정과 도전정신의 산물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후 1년 6개월 만에 일본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본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법인 설립을 준비하는 도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금융당국의 심사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아무리 보수적인 일본 금융시장이라도 신한은행이라면 성공한다는 집념으로 끝내 법인 설립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씨티은행에 이어 두 번째 사례이며 아시아 은행 중에는 최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안전성만 추구하며 안주하게 되면 발전할 수 없다"며 "감내할 만한 수준의 발상 전환과 창의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SBJ은행은 영업 개시 닷새 만에 1000명 이상의 일본인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는 등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올해 말까지 1만7000개 신규 계좌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금 목표는 700억 엔으로 설정했지만 1000억 엔 이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SBJ은행은 현지 은행보다 2~3배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전략으로 일본인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3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1.6%, 5년 만기 정기예금은 2.0%의 고정금리를 제공한다.

외은 지점이 아닌 현지법인으로 일본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SBJ에 맡긴 예금은 1000만 엔까지 법에 따라 보호된다.

SBJ은행은 현재 3개인 지점 수를 내년 초까지 6개로 늘릴 계획이다.

SBJ은행에 대한 신한은행 수뇌부의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SBJ은행 개업 리셉션에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물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사장 등 그룹 경영진에 총출동했다.

이 행장 등은 이번 행사를 직접 챙기며 현지 기업인과 금융인들을 대상으로 SBJ은행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SBJ은행을 통해 유치한 엔화 자금을 신흥국 시장에서 운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외화유동성 개선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이 행장은 "일본에서 유치한 장기 엔화 자금을 미국 달러화 등으로 바꿔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운용할 것"이라며 "현지의 대출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소매금융(리테일) 역량을 앞세워 일본은 물론 아시아 시장 석권, 더 나아가 글로벌 뱅크로의 도약을 꿈꾸는 신한은행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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