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CEO ① -키워드로 본 중국민족의 두 얼굴

2009-10-28 10:08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은 CEO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새로움’이라는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개척하지 못한 시장을 발굴해나가야 한다. ‘중국’은 바로 이 블루오션의 중심에 놓여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계의 값싼 제조업 공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베일에 가려진 중국인의 살아있는 표정은 중국이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보여준다. 중국의 어떤 문화요소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1, 중국민족의 두 얼굴
2,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기
3, 베일에 싸인 중국시장
 

지난해 공중파의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한중일 삼국의 가정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주제로 실험을 했다. 각 가정의 아이들은 학용품은 물론 음료, 신발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결국 실험은 며칠 만에 끝이 나고 만다.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 제조업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한파 직후에는 중국이 20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미국 경제를 무너뜨릴 만한 능력을 갖췄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는 “중국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말라”며 섣부른 기대를 일축했다.  

이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기억하는 중국의 최근 이미지는 지극히 양면적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의 저자이자 중국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량러는 중국의 현 상황을 ‘성장과 혼돈 속에서 흔들리는 두 얼굴’로 묘사한다. 지난해 성대하게 진행됐던 베이징 올림픽의 화려함과 그 이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멜라민 분유 사건 모두가 중국의 현재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중국인의 국민성이나 민족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몇 마디 말로 중국의 문화를 정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근검절약을 강조하면서도 겉 치례를 좋아하고,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세월아 네월아’ ‘만만디(慢慢地)’를 외친다.

중국이 겪어야했던 글로벌 경제위기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자국의 금융 위기 해결을 위해 세계 언론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으나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 질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을 쏟아냈다.

중국의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관영통신은 로이터 통신의 ‘중국, 어쩌면 금융 폭풍을 잠재울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와 같은 긍정적인 해외 언론 보도만을 국내에 소개했다. 반면, 중국의 어려운 상황을 언급하는 매체는 거의 없었다.

그 사이 중국 정부의 시장 구제 정책이 적어도 1년 이상 늦어졌다. 중국 주식 시장의 가치가 무려 19조 위안이나 증발했으며, 개인투자자들은 약 10조 위안의 손실을 입었다. 중국 중앙은행의 통화 신용 대출 긴축은 수많은 중소기업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이쯤 되면 경제 상황을 오판한 관료들에 대한 비난이 제기될 만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중국인의 특색인 것이다. 

중국인들 역시 자국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분명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밥 먹는 일만 해도 그렇다. 북방 사람들은 손님을 대접할 때 무엇이든 한 상 가득 차려 내놓는다. 오리 한 마리, 돼지 다리 등 통째로 요리가 올라온다. 남방 사람들은 생선 한 마리라도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북방 사람들은 남방 사람들을 쩨쩨하다며 무시한다. 남방 사람들은 북방 사람들이 허세를 부린다고 폄훼한다. 북방의 사람들은 손님을 초대했으면 허리띠를 풀어놓고 먹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방 사람들은 실속 있는 접대를 중요시한다. 어느 쪽의 문화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중국인의 잠재된 두 얼굴이다. 


아주경제=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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