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으로 이룬 제국의 꿈 '알리바바그룹'

2009-10-20 15:08

   
 
 
'알리바바제국'이 무서운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인구는 10년새 1000배 늘었고 곳간 규모는 130만배 커졌다.

제국의 확장을 주도한 건 기업 대 기업(B2B)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닷컴(阿里巴巴ㆍwww.alibaba.com). 사이트에 등록된 회원 수만 전 세계 240여개국 4300만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이 사이트를 찾아 바이어와 제품정보를 찾고 무역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순익은 각각 30억 위안, 12억 위안으로 세계 최대 무역 플랫폼으로 손색없다.

알리바바제국도 하루 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시작은 미약했고 시련도 있었다. 알리바바닷컴 설립자인 마윈(馬云)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1995년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차이나옐로닷컴이라는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차리며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가 손에 쥔 돈은 2000 달러가 전부였다.

그러나 중국의 인터넷 기반시설이 부실했던 탓에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일이 잦았고 마 회장은 사기꾼으로 몰리기 일쑤였다.

   
 
마윈(馬云)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마 회장이 B2B 전자상거래에 눈을 뜬 건 1997년이다. 기업 대 소비자(B2C)시장에서는 아마존(Amazon.com)이, 소비자 대 소비자(C2C)시장에선 이베이(eBay.com)가 강자로 군림하고 있던 시절이다. B2B시장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하지만 마 회장은 B2B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중국 정부 및 산하 무역업체간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제조업체와 무역업체 사이의 전자상거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곧바로 행동에 나선 마 회장은 1999년 17명의 동료들을 불러 모아 알리바바닷컴을 출범시켰다.

이어 2003~2004년 C2C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닷컴(淘寶網·www.taobao.com)과 인터넷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닷컴(支付寶·www.alipay.com)을 차례로 개설하고 2005년에는 야후차이나(雅虎中國·cn.yahoo.com)를 매입하며 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알리바바제국을 건설했다.


알리바바제국은 현재 중국어 사이트와 영어 사이트를 통해 각각 3300만, 950만 기업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자 경매 사이트인 타오바오닷컴은 출범 3년이 채 안 돼 중국시장 점유율이 80%대로 치솟으며 이베이를 제치고 중국 C2C시장 최강자로 부상했다. 올 초 1억명을 돌파한 타오바오닷컴의 사용자 수는 6월 말 현재 1억5000명으로 늘었다.

마 회장은 타오바오닷컴을 10년 안에 미국 대형 유통점 월마트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키울 작정이다. 지난해 7월에는 향후 5년간 50억 위안(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타오바오닷컴은 올 상반기에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누르고 중국 최대 유통 공룡으로 부상했다.

알리바바닷컴 역시 급성장하며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대만과 홍콩, 유럽,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30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해외 상주 직원만 6600명이 넘는다.

2007년 11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닷컴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빚은 위기 속에도 시가총액 260억 달러(24조원)를 기록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차이나옐로닷컴 설립 자금 2000 달러가 130만배로 불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지방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의 활로를 전자상거래에서 찾고 있어 추가 성장 여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알리페이닷컴의 사용자 수도 올 상반기 2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계좌 수(1억8000만개)를 웃도는 것이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제국의 팽창에 속도를 더할 셈이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그룹 직원 수를 올해 말까지 1만7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초창기 직원 17명이 10년 새 1000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마 회장은 지난달 창사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10년 안에 10억개의 일자리 만드는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로 발로 뛰는 무역 상담은 줄었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전자상거래는 더욱 활발해졌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인터넷 전자상거래시장에서 10억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마 회장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나선 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중소기업과 젊은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1억 달러를 벌면 부자가 되겠지만 10억 달러를 벌면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홍해연 기자 shjha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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