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대심도 건설 머리 맞대고 논의하자

2009-10-20 14:28

경인선 전철 전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서울수도권 지하공간 개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경인선은 1897년 착공돼 1899년 제물포~노량진 구간, 1900년 노량진~서울 구간이 각각 완공된 한국 최초의 철도다. 지금은 1974년 8월 15일 개통된 지하철(1호선)과 연결돼 운영되고 있다.

경인선 지하화 사업은 서울시와 인천시가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인천발전연구원이 이미 기초 연구를 끝낸 상태며 조만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상수 인천시장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타당성 분석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서울 전역을 30분대로 연결하는 대심도 지하도로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지하 40~60m 깊이에 동서남북으로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149km 규모의 대심도 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총 사업비만 1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심도 건설은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1시간 이내에 서울~경기~인천을 연결할 수 있는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 계획안을 마련했다.

경기도가 제시하고 있는 GTX는 일산 킨텍스~동탄신도시와 의정부시~군포시 금정, 청량리~인천 송도 등 3개 노선이다. 경기도는 온라인 설명회를 갖는 등 GTX 건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3개 노선을 동시에 착공해야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업체 역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도권 고속직행철도 건설을 민자사업으로 제안해 놓은 상태다. 수도권 외곽 주요거점에서 서울 도심까지 지하 40~50m 깊이로 대심도 고속직행철도를 건설해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4개 노선 총 연장 160km(정거장 27개소)다.

국토해양부도 서울과 동탄간에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의 GTX 건설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교통연구원 용역이 마무리되는대로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부나 해당 지방정부마다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심도 도로 또는 대심도 급행철도 건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심각한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심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쯤에서 생각해볼 일은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개별 지방정부의 입맛대로 중구난방식 정책을 쏟아내기 보다는 좀 더 깊이있는 연구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는 행정구역상 각기 다른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메가시티 리전(Mega City Rigion)'이다.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과거처럼 서울과 경기 또는 인천하는 식으로 나뉘는 지역간 경쟁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대신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 또는 일본 도쿄 등과 경쟁이 불가피한 '메가시티 리전 시대'다.

그만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간의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심도와 관련해 해당 지자체간의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심도 건설 용역을 지휘했던 한 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대심도 문제는 서울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나 인천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대심도 건설도 메가시티 리전에 걸맞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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