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北주민 원자바오 환영

2009-10-04 20:29

중국 총리로서는 18년만에 평양을 찾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동원한 수십만 평양시민은 연도에 늘어서 '환영, 온가보'를 연호했다.

북한의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4일 오후 5시께 원 총리의 차량 행렬을 보고 연호하는 상황을 녹음 방송한 데 이어 조선중앙TV는 오후 6시30분께 원 총리에 대한 평양 공항 및 연도 환영 행사를 녹화 방영했다.

중앙TV에 따르면 평양 순안공항에선 직접 영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 총리와 환영의 포옹을 나눴다.

김 위원장 외에도 명목상의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총리,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최태복,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북미외교의 수장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당.군.정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북한에 주재하는 중국인들도 출영했다.

'꽃 파는 처녀'로 유명한 북한 최고의 여배우인 인민배우 홍영희가 한복 차림으로 원 총리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원 총리는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김영일 총리와 함께 북한 육.해.공군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했다.

이어 양국 총리를 함께 태운 승용차 행렬이 공항을 빠져나와 거리로 들어서자 수 십만의 평양시민들이 꽃다발을 흔들면서 "환영! 친선! 환영! 온가보", "만세"를 연호하며 원 총리를 환영했고 거리에는 '조중 양국 우호 만세'라는 글귀의 플래카드가 내걸린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순안공항을 출발한 원 총리는 연못동→장산 사거리→룡흥 사거리→북.중 우의탑→개선문→칠성문 거리→창전 사거리→보통문 거리→전승광장→4.25문화회관→금성거리로 이어지는 카퍼레이드 도중 3차례 차량에서 내려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첫 환영행사는 연못동에서 벌어진 예술인들의 환영식.

중앙TV는 "두 나라 민족의상을 한 취주악대가 연주하는 두 나라 음악에 맞춰 부채춤과 댕기춤을 펼쳐보이며 중국 인민에 대한 우리 인민의 친선의 정을 더욱 뜨겁게 펼쳐보였다"고 소개했다.

원 총리는 특히 이곳에서부터 리무진에서 무개차로 옮겨타고 북한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손을 들어 답례했다.

두 번째는 개선문에서 이뤄진 조선소년단 환영행사.

김성일소년단 위원장의 환영인사에 이어 여자 소년단원이 이를 통역하고 다른 남녀 소년단원이 꽃다발과 함께 '붉은 머플러'를 원 총리의 목에 매주었다.

중앙방송은 "학생소년들은 학생 취주악대가 울리는 환영곡에 맞춰 두 나라 깃발을 흔들고 다채로운 춤율동을 펼치면서 온가보 동지와 그 일행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전했다.

환영행사의 마무리는 북한군이 맡았다.

남녀 군인들이 전승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장령과 여성군인"이 무개차에서 내린 원 총리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꽃다발을 건넸다.

중앙방송은 "그들 속에는 지난 조국해방전쟁 시기 중국인민지원군과 함께 한 전호에서 피 흘리며 싸워온 전쟁노병들도 있으며 문화예술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승광장 행사를 마친 원 총리는 다시 무개차에서 리무진으로 바꿔 타고 4.25문화회관 앞과 금성거리를 지나 숙소를 향했다.

녹화중계는 여기서 끝났지만 금성거리에서 백화원영빈관이 멀지 않기 때문에 원 총리는 북한을 찾는 외국의 정상급 인사용 백화원영빈관을 숙소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 총리를 위해 마련한 카 퍼레이드 코스는 항공편으로 평양을 찾는 정상급 외빈을 위한 것으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방북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유사한 코스를 거쳤으며 연도에는 역시 수십만의 평양시민이 나왔었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