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이통요금 인하와 후발사업자

2009-09-29 19:06
IT미디어부 차장

이명박 정부의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오는 11월부터 가입비 인하,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선불 요금제 인하, 장기가입자 요금할인 등이 이뤄지고 내년 3월부터는 요금제 단순화, 1초 과금제 등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1조5000억원, 2011년부터는 연간 2조10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K텔레콤의 1초 과금체계 도입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요금 인하 관련 토론회에서 초당 과금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요금 개선안에서 초당 과금제 도입을 전격 단행했다. 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던 주장을 접고 연간 2000억원 이상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내년 3월부터 초당 과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초당 과금제 도입이 MB 공약 실현을 위한 일종의 '선물'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이번 요금 개선안에서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카드로 '초당 과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10초 단위 과금으로 이른바 '낙전 수입'을 챙겨왔다.

통화시간이 11초라도 20초에 해당하는 요금을 부과해 매년 수천억원을 챙겼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초단위 과금체계가 도입되면 그만큼 요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반면 후발사업자인 KT와 LG텔레콤은 이번 요금 개선안 발표에서 1초 과금체계 도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요금 인하 여력이 적은 후발사업자들의 경우 모든 가입자에게 조건 없이 제공하는 초당 과금제 등의 요금 인하를 추진할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T와 LG텔레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SK텔레콤과 비교할 때 각각 5분의 1, 25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요금 인하도 SK텔레콤 수준에 맞추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KT와 LG텔레콤도 초당 과금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KT와 LG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1초 과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내년 3월에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 후발사업자들도 적어도 상반기 중에 초당 과금체계로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업체 한 고위관계자는 "SK텔레콤의 초당 과금제가 반응이 좋은데다 시민단체 등에서 후발사업자들도 1초 단위 과금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 요금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요금 개선안으로 SK텔레콤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후발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요금경쟁력에서 뒤처져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요금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따른 요금 인하로 후발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저하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시장 경쟁을 통한 진정한 요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쟁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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