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계속 표류..9월 국회 처리 불투명
속타는 정부..정책집행, 세제지원 등 후속조치 차질

녹색성장기본법이 반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정치권이 녹색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정책 집행은 물론 녹색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6일 기후변화대책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작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의 제안으로 국회에 구성된 기후변화대책특위는 지난달 25일 성과 없이 활동이 종료된 바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은 특위 내 법안소위를 넘지 못했다.

국회는 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또 다시 관련 법안들을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묻는 절차를 반복하게 됐다. 갈 길은 먼데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된 셈이다.

당초 특위에서 법률안 심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올해 4월. 그러나 당시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들이 이슈가 되면서 국회가 파행 운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지난 6월 임시국회 통과를 강력하게 요청했으나 임시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서 결국 이 법은 한 번 더 미뤄져 이번달 정기국회 통과를 기다리게 됐다.

국회 기후변화특위 이인기 위원장은 "현재 특위의 법안소위에 녹색법이 묶여있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사위로 넘길 것"이라며 "법이 제정되지 않아 녹색성장위원회의 존립근거 자체도 없고, 여러 주요정책들도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간 정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녹색법도 야당 공격을 받을 수 있는데다 현재까지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다시 통과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녹색성장기본법은 다음번 회기(내년 2월)로 넘어가게 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열린 '2009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에서 녹색성장기본법을 우선 처리키로 당론을 모았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 장윤석 의원은 ”특위에서 상임위로 녹색성장법이 빨리 넘어오길 희망한다“며 ”여당은 빠른 시일내 법을 처리, 그린코리아 시대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녹색성장기본법 저지를 위해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녹색성장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녹색성장 5개년의 첫해 계획했던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기술·프로젝트·기업이 녹색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확인해주는 녹색인증제가 대표적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녹색기술 인증대상, 기준, 절차, 운영 기관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안이 확정돼도 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인증제를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녹색인증제는 녹색성장 지원책의 핵심이다. 인증제가 없으면 녹색산업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녹색기업에 신용보증,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대책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정부의 지원이나 민간의 투자유치가 가능하다"며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제대로 된 녹색투자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일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연내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도 녹색성장법 통과 없이는 확정할 수 없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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