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리스크 관리 통제력 강화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 업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계열사에 리스크 관리를 맡겼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탓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그룹 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수정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의뢰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인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과 경영자문 업체인 삼정KPMG가 수정 작업을 나눠 맡는다.
오는 2011년부터 적용되는 새 리스크 관리 체계의 골자는 기존에 계열사별로 이뤄져 온 리스크 관리 업무를 지주사에서 직접 통제한다는 것이다. 지주사 내 리스크 관리 임원과 전담 부서의 업무 영역과 권한도 강화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개선했다. 8월 초에는 리스크 관리 전담 임원(CRO)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위험 요인도 허용하는 등 리스크 관리 업무를 계열사에 일임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 및 재무 목표를 수립할 때 위험 총량을 사전에 체크하고 의사결정도 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또 수익과 이익 중심으로 이뤄지던 성과 관리 체계도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올 상반기 외부 컨설팅을 통해 계열사별 리스크 관리 업무를 그룹이 총괄하는 쪽으로 개선했다.
이처럼 리스크 관리 업무가 지주사로 집중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동감한다"며 "다만 리스크 관리를 지주사가 총괄할 경우 계열사의 사업 추진 의욕이 감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계열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며 "앞으로 계열사들이 지주사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 투자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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