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 잊혀진 역사 '아차산의 고구려' 되살리기 고행

2009-09-15 16:41
<b>구리시, 광진구가 추진하던 고구려 사업들 중복정책 및 경기침체로 난항</b>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 지킴이 운동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

지난 2003년 말은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시기였다.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동북공정'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며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와 우리 국민은 때 늦은 감이 있었으나 외부 충격에 의한 맞대응으로 한목소리로 한때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였던 고구려를 우리의 역사로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들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진 것도 이때였다.

그후 고구려는 우리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듯 했다.

정부는 고구려재단을 설립하고 학술적 연구로 중국의 동북공정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고구려를 역사 교육을 통해 후세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을 잇달아 발표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뿐인가? 과거 조선의 역사로 얼룩진 TV드라마에는 어느때부터인가 고구려를 소제로 한 드라마가 유행을 탔다.

MBC가 60부작 ‘주몽’을 인기리에 방영했고, SBS ‘연개소문’ KBS 1TV는 ‘대조영’ 그리고 MBC에서는 김종학 사단이 제작한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 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 드라마의 경우 제작자들은 하나같이 ‘찬란한 한민족의 역사 복원’ ‘민족의 저력과 웅비를 잘 대변했던 초강대국 고구려의 재발견’ 등을 제작 의도로 들고 있었으나, 이면에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었다.

그만큼 고구려는 어느 순간부터 각계 관련분야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있었고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대규모 장미빛 청사진들이 붓물처럼 잇달아 터져 나왔다.

지나간 세월속에서 고구려사업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한 것은 다름 아닌 구리시였다.

민선2기 당시 ‘고구려에 미쳤다’ 는 우스갯 소리를 들을 만큼 열정을 보였던 박영순 구리시장은 국내에서 고구려유물 유적이 가장 많이 발굴된 아차산을 거점으로 구리시를 고구려도시로 표방하며 마치 ‘고구려전도사’ 로 많은 정책 사업들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갔다.

그러나 민선 3기 시장선거에서 뜻밖의 낙선으로 고구려사업은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하고 후임시장에 의해 하나 하나 흔적들이 사라지며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듯 했으나, 민선 4기 시장선거에서 복귀하며 고구려에 대한 열정을 재차 불을 지피었다.

박 시장이 민선 4기 시 이미지를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 구리시” 라고 지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고구려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때 구리시는 광개토태왕 비, 대장간마을 건립 등 고구려 사업 순항

그가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시 조직을 개편하면서 핵심 부서로 고구려 사업을 총괄하는 정책지원단을 구성했고 첫 사업으로 지난해 4월 25일 개장한 ‘고구려대장간마을’ 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고구려대장간마을은 구리시 아천동 316-47 언덕배기 4973㎡에 고구려 유적전시관과 대장간·마굿간 등의 야외체험학습장,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자리잡은 채 매주 월요일만 빼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관람객을 맞았다.

개장 이후 현재까지 일본·홍콩·대만·필리핀 등 외국인 7만여명을 포함해 총 15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입장료 수입만 3억원에 이를 정도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동구릉과 함께 구리시 관광산업을 선도할 만큼 성공작으로 평가됐다.

이어 구리시는 2008년 5월 민선 2기 당시 조성한 광개토태왕 동상 자리 옆인 토평동 미관광장에서 국내 최초로 광개토태왕비 복제비 제막식을 가졌다.

복제비는 1910년대에 만들어진 원석 정탁본을 근거로 각자 했으며, 1802자로 추정되는 비문의 일부 공란을 제외한 1775자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시는 중국 집안시에 있는 광개토태왕비 원본을 가장 완벽하게 복원한 것으로 평가 할 만큼 자부심이 강하다. 

구리시가 추진하는 고구려 사업중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뭐니뭐니해도 ‘고구려역사유적공원 ’조성이다.

향후 국․도비와 민자를 포함한 사업비 4,000억원을 들여 아차 산 기슭인 구리시 아천동 151-1 일대 20여만평에 고구려 성곽과 보루성, 고분벽화를 복원하고, 고구려역사박물관을 비롯, 광개토태왕광장, 장수왕광장, 안학궁, 유스호스텔, TV 촬영세트장을 건립하는 것으로 201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구리시에 본부를 둔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는 장기적으로 “고구려역사유적공원” 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울 만큼 ‘유적공원’ 조성 사업은 분명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구리시는 아차산에 고구려 역사테마도시로 만들려던 당초 계획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며 현재는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즉,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던 이러한 사업들이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후순위로 밀려나며 디자인 월드센터, 뉴타운 건립 사업, 구리·남양주 행정구역개편을 위한 통합 논의가 전면에 나선 것. 사실상 고구려 사업은 휴면 상태에 접어들었고 언제 깨어나서 옛 열정을 되찾을지도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조차 어렵게 됐다.

돌이켜보건데 구리시가 ‘고구려역사유적공원’ 을 조성하기로 한 배경은 지금까지 중국과 북한이 공유했던 고구려사가 남한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한 노력과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과제를 실천해야 만이 앞으로 불어 닥칠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에 결연하게 대처 수 있다며 그 중심에는 역사의 성지이며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역사유적공원” 조성사업은 우리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이루어내야 할 역사적 과제임을 내세웠다.


광진구는 고구려역사문화관을 건립해서 구 랜드마크로 육성 계획

또 한편에서는 구리시와 함께 경쟁적으로 고구려 사업을 추진했던 서울 광진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송학 광진 구청장은 민선 4기 출범과 더불어 광진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업으로 고구려를 꼽았다. 고구려를 통해 역사 도시로서 강남 못지 않은 1등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광진구가 구 슬로건을 ‘고구려의 숨결, 행복도시 광진’으로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광진구는 올해 4회째를 맞는 아차산 고구려축제의 경우 이제 명실상부한 광진구를 대표하는 지역축제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할 정도이다.

이와 함께 광장동 384번지 일대 3만7444㎡,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질 ‘아차산고구려역사문화관’ 에는 전시관을 비롯해 체험관, 교육실, 수장고 등을 마련하고, 이 일대는 아차산성 및 홍련봉 보루 등과 함께 고구려 역사공원으로 꾸며진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고구려역사문화관은 민족 자긍심을 일깨우고 고구려의 기백을 되살리며 민족 정체성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송파구의 한성백제문화관 및 몽촌토성, 강동구의 암산선사유적지와 함께 선사·고대역사 문화 관광벨트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광진구의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계획은 정부와 서울시도 동의했다고 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광진구는 지난해 5월 중앙재정투·융자 심의를 거쳐 국·시비 지원 결정을 얻어냈다.

현재 광진구는 국·시비 30여억원과 구 예산 등을 합쳐 총 146억원의 사업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언제든 사업 착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위해 광진구(구청장 정송학)는 먼저 지난 5월 오는 2011년 완공될 고구려역사문화관을 홍보하기 위해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홍보관'을 개관했다.

1억4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아차산 생태자료실 앞에 조성한 홍보관에는 고구려 고분 모형, 유물·유적 사진, 광개토대왕릉비와 중원고구려비 탁본 등이 전시돼 있다.

광진구는 현재 진행중인 정부 연구용역이 끝나면 그 결과를 반영해 시굴조사, 토지보상,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가 2011년말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관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 약속은 11월 착공 계획부터 차질을 빚고 있고, 현재까지 진행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구청장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조차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고구려 살리기운동 민간단체 모금 실적도 부진

거슬러 올라 지난 2004년 10월에는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이하, 보전회, 이사장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가 순수 민간단체로 문화관광부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등록 승인을 받으며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전국민 모금은동과 같은 성격으로 고구려역사박물관 건립 사업을 위한 전국민 모금 운동을 벌였다.

보존회는 지난 2007년 7월 행정자치부로부터 2011년 7월 12일까지 인터넷, 언론, 전국순회강연 등을 통해 330억원어치의 현금과 물품을 모을 수 있도록 승인 받았지만 그 후 2년이 넘은 기간동안 모은 금액이 25억원인 걸 감안한다면 남은 2년2개월 동안 305억원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보전회가 당초 목표대로 모금활동이 부진했던 까닭으로 내세운 이유중에는 먼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맞물려 올림픽 특수를 노린 기업들이 후원에 소극적이었고,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세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려던 고구려사업이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작업인 동북공정과 맞서는 것인 만큼 기업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후원을 꺼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구려역사기념관 부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존회가 당초 추진하려던 고구려역사기념관은 2011년까지 구리시 교문동 3만3000㎡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9800㎡ 규모로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 유물 전시관과 북한, 만주 등 국외에서 출토된 유물의 모형유물 전시관, 완벽하게 재현한 고구려 고분벽화, 아이맥스 영화관 등 시청각 자료실 등을 두루 갖출 계획이었다

문제는 고구려 유물이 대거 출토된 아차산이 구리시와 서울시 광진구·중랑구 3개 시와 구에 걸쳐 있고, 특히 구리시와 광진구가 고구려사업을 놓고 서로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으며  먼저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정송학 광진구청장과 박영순 구리시장은 지난 6월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두 도시가 추진하는 고구려역사기념관 사업에 대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안건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했으나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 했을뿐 최종적으로 타협점을 찾는데 실패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결국 구리시는 새로운 해법에 골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민간단체의 모금 운동이 답보상태인데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별다른 해법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선 4기 핵심사업인 고구려 사업을 마냥 지체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 먼 길을 왔다는 것도 고민이다.

고심 끝에 내린 것이 보존회 중심으로 당초 9월에 구리시 토평동 한강시민공원에 공기 부양식 에어돔(Air dome)을 설치하고, 고구려 벽화 및 유물 관련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다.

1600년 전 만들어진 고구려 벽화의 탁본 1만여 점과 청동기 물건 3000점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입장료는 물론 모금액에 더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도 차질을 빚으며 표류하고 있다.


광진구-구리시 고구려 역사관 동시추진으로 사업 진행 복병

두 도시는 한자성어로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점점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된다는 뜻’ 을 가진 ‘점입가경’ 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모든 사업 정책이 흡사하다.

광진구의 경우 어디를 가도 고구려 수렵도 그림과 함께 ‘고구려의 숨결, 행복도시 광진’이라는 글귀가 붙어있는 배너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광진구와 택시회사들이 손잡고 광진구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택시에 ‘고구려 광진’을 홍보하는 흥보판을 붙이고 있다.

빌딩주들도 자발적으로 빌딩 벽에 각종 고구려 관련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고구려벽화를 광진구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유다.

뚝섬 한강공원으로 드나드는 진입로 벽에도 현대화된 고구려벽화와 각종 고구려 관련 패턴 그림이 있다. 거리 곳곳의 자전거 주차장 역시 마찬가지다. 광진구 캐릭터 ‘광이와 진이’는 각각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형상화했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을 때 반짝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최근들어 다시 시들해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고구려는 자랑스런 우리 민족의 기상이 담겨 있는 가장 웅대한 역사인 만큼, 고구려의 숨결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광진구는 고구려를 되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진구청 고구려 사업팀 관계자는 “광진구가 추진하는 고구려 사업은 특정 개인의 소신이거나 정치적인 고려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서, 광진구의 미래 비전으로서 일관성 있는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 계획은 차질없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리시는 광진구가 추진하는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 발표와 관련 "구리시가 국민성금으로 추진 중인 '고구려역사기념관'과 동일한 사업으로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발끈했다.

시 관계자는 광진구가 2004년부터 이번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하지만 구리시는 1994년부터 아차산 고구려 보루에 대한 발굴사업을 추진하고 1998년부터 고구려 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해 왔고, 이들 사업의 핵심인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사업은 구리시가 2004년부터 추진해 왔다며 우선순위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에 질세라 광진구도 구리시의 기득권 주장에는 일정부분 공감하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지만 광진구에 분포되어 있는 아차산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학생들이나 일반 관람객들의 근접성면에서도 구리시보다 수월하다는 점에서도 ‘아차산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이미 확정했고, 사업비도 상당부분 확보한 만큼 언제든지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구리시가 주장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광진구와 구리시가 추진하는 고구려사업 전체가 팍박이나 다름없는 중복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그것도 아차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쟁적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인해 자칫 어느 한쪽의 양보가 전제될때 사업 추진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두 자치단체가 추진중인 역사관의 경우 아차산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 산자락에 들어선다. 아차산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해 역사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건립 취지도 같다. 명칭만 조금 다를 뿐 위치와 규모, 전시유물 등 내용이 유사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고구려 사업에 대한 상급 기관의 움직임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속내를 지니고 있다.


멈출 수 없는 고구려성지 조성 사업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절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통적으로 우리나라에 고구려를 상징하는 고구려역사유적지가 아차산에 하나 정도는 건립해야 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두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우위론을 내세우며 중복으로 사업을 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손사레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어떻게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두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얼마전 행정안전부는 두 자치단체의 부단체장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그동안의 추진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자치단체가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로인해 고구려 사업은 사실상 한때의 유행처럼 흐르다 조용히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조끔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꼭 과장된 것만은 아닌듯 싶다.

이처럼 두 자치단체가 팽팽한 평행선을 그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어떤 형식으로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것이 문화광광부의 중재성 역할론이다.

광진구와 구리시는 서울시, 경기도, 문화광광부 등 7개 기관이 협의하여 문화광광부의 용역 결과에 의한 의견 조율에 따른다는 이른바 협약식을 가진 것이다.

이같은 절차에 따라 최근 문화광광부는 두 지자체에 용역연구 결과에 의한 권고안을 통보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광진구는 문화재청에 의해 발굴 및 관리예정인 아차산 보루 유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관련 진품 유물을 전시하는 법정 박물관 시설인 가칭 ‘고구려유물전시관’ 건립을 제안했다.

반면 구리시에는 아차산 일대에서 발굴된 고구려유물을 활용한 역사 체험 및 교육을 담당하고, 다른 지역의 고구려 관련 유적과 유물을 통해서 얻어진 연구 성과와 관련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는 가칭 ‘고구려역사체험관’ 건립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두 자치단체는 문화관광부의 최종적인 용역 결과에 대해서도 시쿵둥한 반응이다. 광진구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이미 통보를 받았음에도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고, 구리시는 문광부 권고안인 역사체험관 건립은 물론 부대 시설로 당초 예정대로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겠다며 이에대해 광진구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 자치단체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며 신중을 기하고 있는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구리시의 경우 지난해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장기 침체로 접어들면서 간간히 들어오던 국민성금 조차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며, 광진구의 경우도 부지선정의 어려움과 구리시와의 중복투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성격의 사업을 마냥 추진하는 것도 경제를 외면한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기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고민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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