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식물공장' 새롭게 떠올라
2009-09-17 19:04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안정적 식량확보 차원에서 미래의 기술인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농촌진흥청,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심각한 기후변화는 기온, 강수량, 일사량 등을 변화시켜 농업의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이 1℃ 상승하면 농가의 총 수익은 ha당 260∼400만원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농업 피해없이 1년내내 채소나 곡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공장은 초기 설비투자비가 비닐하우스보다 약 17배나 비싸 시장진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농촌진흥청이 남극 세종기지에 전달하기 위해 2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식물공장 내부모습. |
◆왜 식물공장인가?
식물공장이란 통제된 시설 내에서 생물의 생육환경(빛, 공기, 열, 양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공산품처럼 계획 생산하는 시스템적인 농업형태를 말한다.
식물공장은 크게 태양광이용형과 완전인공광형의 두 종류가 있다.
태양광이용형은 온실 등의 반폐쇄 환경에서 태양광을 기본으로 이용하면서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은 시기에 보조조명을 통해 보충하는 형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중인 단계에 있는 형태다.
완전인공형은 폐쇄 환경에서 태양광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을 제어하면서 생산주기와 생산을 계획하는 형태로서 아직 우리나라는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완전인공형 식물공장이 전국적으로 200여개나 상용화되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공장은 온실가스 저감 및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온실가스 저감의 대표적 기술인 LED를 활용해 에너지 저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탄소량 감축을 위해서도 식물공장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실외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재활용해 식물공장에 공급할 경우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식물공장 육성은 작물시장 뿐 아니라 관련 전후방 산업 발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식물공장 분야의 시장이 확대되면 신규 고장설비 건설시장이 확대되고, 전후방 산업인 고효율에너지 소재산업, 환경∙공정제어 산업, 식품 바이오산업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 국내 현황 및 남은 과제
그러나 식물공장은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매우 높아 시장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조명기기, 양약재배시스템, 자동화시스템 등의 초기설비 투자비중이 높아 식물공장의 평균 건설비용은 비닐하우스의 약 17배에 달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물공장은 아직 상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2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식물공장을 남극 세종기지에 전달하기 위해 선적을 준비중이다.
이 식물공장은 5.9×2.4m의 2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40℃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두께 20cm의 단열재를 부착해 만들었다.
컨테이너 내에는 3단 베드에 순환식 수경재배시스템을 도입하고 LED 등 고효율 광원을 이용했다.
이번에 선적할 식물공장은 금년 말에 세종기지에 도착, 내년 1월 하순경 설치해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또한 내년에 전북 완주에 대규모 식물공장 빌딩을 건설할 예정이다.
정부도 식물공장의 상용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핵심부품인 LED-IT개발을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사업에 ‘IT-LED 기반의 식물공장을 위한 핵심부품 개발과제’를 선정했다.
정부는 향후 정부출연금 30억원과 민간부담금 10억원 등 총 40억원의 예산을 이 과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전북도, 광주광역시, 여수시, 인천시, 남양주시, 부천시 등 지자체도 식물공장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 LED기술을 농업, 생물, 식품, 부품소재 분야와 융∙복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식물공장 사업을 추진중이다.
전북은 아울러 LED융합기술 지원센터를 지난 2월 개소하고, 2011년까지 식물공장 모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는 전략산업인 광산업을 농업에 접목한 그린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엄영철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식물공장 보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식물공장내 광원으로 사용하는 LED 조명 가격을 낮추고, 식물공장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작물에 대해서는 일반 작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구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식물공장의 단점인 초기 설비투자비를 낮출 수 있도록 관련 연구기관 및 정부, 민간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식물공장 관련 기술이 상용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보조금 지원을 통한 시장확대도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식물공장은 초기 설치비용이 높아 정부가 보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장확대효과가 매우 크다”며 “기술개발에 따라 초기에는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검증된 기술에 한해 중장기적으로 보급사업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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