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파수 '중국의 워렌버핏'을 꿈꾸다
천파수(陳發樹) 중국 신화두(新華都)그룹 회장 |
천 회장은 요즘 투자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13일에는 중국 제약기업인 운남백약에 22억 위안(약 4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2억3500만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가 보유하고 있던 칭다오맥주 지분 7%를 인수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천 회장이 "금과 거품을 맞바꿨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는 지금도 20여개 기업을 분석하는 등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천 회장이 투자에 눈을 뜬 건 채 10년이 안 된다. 2000년 9월 즈진(紫金)광업에 투자한 게 첫 단추다. 투자수완이 처음 빛을 발한 것도 즈진광업을 통해서다. 그는 2003년 이 회사를 홍콩증시에 상장했고 회사 가치는 순식간에 14억 홍콩달러 늘어났다. 즈진광업의 금 생산량은 세계 10위 수준이다. 지분 20.19%를 보유하고 있는 천 회장으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은 셈이다.
중국에서 손 꼽히는 부자가 된 천 회장이지만 어린시절은 가난으로 얼룩져 있다. 어려운 가계 형편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다.
그러나 1987년 푸젠성 샤먼(廈門)시에서 잡화점을 개업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첫 가게의 면적은 10㎡에 불과했지만 천 회장은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1989년 목재 무역에 뛰어들었고 1995년에는 푸저우(福州)시에 신화두백화점을 열면서 유통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2년 뒤 백화점 조직 정비를 통해 지금의 신화두그룹을 출범시켰다. 중국 언론들은 천 회장이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민간 기업 대표라는 데 이견을 내지 않는다.
천 회장은 자신의 성공비결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번째는 어려움 앞에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그는 구멍가게에 불과했던 잡화점을 백화점으로 성장시키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맞았지만 차분한 대응과 기다림의 미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두번째 성공비결이다. 잡화점 시절 천 회장은 가격이 부담되더라도 목 좋은 곳에 있는 점포들을 눈여겨봤다. 그러던 중 그는 1년에 388만 위안을 내는 조건으로 2000여㎡ 면적의 가게를 얻었다. 당시로선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천 회장은 가게의 위치가 매우 좋아 미래에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가 계약한 점포 일대는 현지에서 가장 훌륭한 상업지대로 변모했다.
천 회장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마지막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스스로를 "나쁜 습관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천 회장은 평소 술이나 다른 오락으로 일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조언한다.
천 회장이 중국의 워렌 버핏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든든한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투자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룹 경영을 도맡고 있는 탕쥔(唐駿) 총재다.
탕쥔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국 온라인게임회사 성다(盛大)그룹 등에서 잔뼈가 굵은 중국 최고의 전문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4월 신화두그룹에 합류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10억 위안에 달하는 탕쥔의 연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최고의 전문경영인과 개인 투자가의 만남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천 회장은 중국 최고의 개인 투자가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탕쥔은 천 회장의 첫 인상이 매우 순박해 보였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뭉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물을 만났고 천 회장은 중국의 워렌 버핏이 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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