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변동금리대출 기준 이대로 좋은가
2009-09-17 08:55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 |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대부분의 변동금리대출에 CD금리를 기준으로 삼아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D연동형 가계대출 비중이 최근 90% 이상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CD연동형 가계대출의 비중이 높은 상황 아래에서 CD금리의 상승은 곧바로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가뜩이나 가계의 부채가 최고치를 갱신하며 상환능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가계에 미치는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의 변동금리대출 기준으로 사용되는 CD금리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하고 있는 3개월 CD금리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기준금리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CD의 약한 수급구조에 원인이 있다.
CD금리가 수요자나 공급자 일방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을 정도로 시장의 깊이가 낮다. 각 은행의 상황에 따라 조달구조를 조금만 변경해도 CD금리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CD조달에 정책당국의 상황을 살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변동금리 대출에 이용되는 기준금리의 높은 변동성은 궁극적으로 가계 등 대출이용자들로 하여금 들쭉날쭉한 대출이자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자수익의 변동성 확대로 은행들에 수익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금리로서 대표성을 갖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CD금리의 결정이 일부 은행들이 발행하거나 거래하는 금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결정된 금리의 경우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결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금리로서 대표성을 갖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CD의 발행도 일정한 주기가 아닌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유통도 활발하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대출 기준으로 이용되는 3개월 CD금리를 대체할 만한 대표금리는 있는 것일까?
이같은 금리로 코리보(KORIBOR)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만 코리보 역시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실제 자금의 이동 없이 은행의 호가만으로 산정되고 있다. 따라서 코리보는 실제거래를 동반해 산정되는 리보(LIBOR)처럼 단기금융시장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코리보는 3개월 CD보다는 많은 은행들이 참여해 금리가 결정되지만 실거래를 수반하지 않는다. 때문에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참여기관들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는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할 만한 적당한 금리가 없다는 게 은행 및 당국의 고민이다.
따라서 차제에 금융기관과 당국은 국내 금융인프라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변동금리대출 기준금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책당국이나 금융관련기관들은 금융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천명했다.
그렇지만 정작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금융산업의 중요한 하부 인프라의 구축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선진국 금융사례에서 보듯이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늦었다고 인식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유관 금융기관들과 협력해 금리지표의 재검토를 통해 변동금리대출 기준의 변경·개발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