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확대...수도권 집값 타격 불가피
2009-09-04 17:50
정부가 4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3개구에서 대출금액을 소득의 40%로 제한해온 DTI 규제를 오는 7일부터 서울지역의 경우 50%, 인천.경기지역은 60%로 확대하기로 했다.
DTI 강화는 소득이 적을 경우 대출을 억제해 주택 구매 수요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거래시장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은 없던 금융규제가 생긴 만큼 투자자들은 주택 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에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려했던 가수요가 일정부분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주부 등은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융규제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만큼 집값은 일단 오름세가 진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당분간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의정부, 동두천, 파주, 이천시 등 경기 외곽지역은 이번 조치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DTI 규제가 종전과 변함없는 강남권이나 버블세븐 등 인기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한동안 주춤할 수 있어도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남권은 어차피 DTI 40%일 때도 집값이 올랐던 지역"이라며 "대출 규제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인기지역 아파트들은 이번 조치로 잠시 가격이 주춤하다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정부가 DTI를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을 각각 50%와 60%로 차등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밀 타격'에는 실패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올들어 서울, 경기를 통틀어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한 과천시는 물론, 서울 강북 등 비강남권보다 상승폭이 훨씬 컸던 성남 분당신도시, 용인시 등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DTI 60%를 적용토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모(53)씨는 "상계동은 올해 집값도 거의 안올랐는데 DTI를 50% 적용하고, 과천은 올들어 가구당 수억원씩 올랐는데 60%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돈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만 어렵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