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보수화 경향…ELD 안정형 비중 급증

2009-09-02 15:03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은행권 주가지수연계예금(ELD) 상품의 경우 '상승형' 비중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안정형'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주요 시중은행 ELD 상품의 상품구조별 판매 비중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가 상승폭이 클수록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승형' 대신 완만한 상승세를 기대하는 '안정형' 비중이 커지고 있다.

ELD 상품은 만기가 도래하는 1년 후 주가 변동폭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상승형 대신 안정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향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의 '세이프지수연동예금'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안정형은 지난 6월 말 366억원에서 8월 말 현재 1125억원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승형은 429억원에서 40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안정형은 가입시점 대비 만기시점의 주가가 3% 이상 상승하면 연 6.0%의 수익률이 제공되며, 상승형은 상한지수 없이 지수 상승률에 따라 무제한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하이-믹스(Hi-Mix) 복합예금'도 지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판매된 23호는 안정형 실적이 18억원에 그쳤으나 8월 초까지 판매된 25호는 32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하나은행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의 경우 안정형 비중은 주가가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한 4월 41.31%를 시작으로 6월 55.49%, 8월 63.66%로 급격히 늘고 있다. 반면 적극형 비중은 5월 66.19%에서 6월 44.51%, 7월 35.73%, 8월 36.34%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의 ELD 상품인 '더블찬스정기예금 더드림'도 지난 7월 중순 판매된 3호의 안정형 실적은 23억원에 불과했으나 8월 초에 판매된 4호는 177억원으로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승형 실적은 105억원에서 6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올 상반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당분간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동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상반기 주가 상승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며 "3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커지면서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ELD나 ELS 상품은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은행계 연구기관 관계자는 "펀드에서 대거 유출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며 "직접 투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ELD 상품은 안정형을 주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김유경 이미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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