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금 받으려면 취미도 잘 골라야
보험 가입시 보험사와 설계사의 설명 미비로 뒤늦게 피해를 입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허모(32)씨와 임모(27)씨는 지난달 4일 경기도 화성시 입파도 해상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허씨의 4살난 딸은 아직도 아버지가 조개 잡으러 갔다가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허씨는 지난 2005년 월납 보험료가 30만원에 달하는 S화재 보험상품에 가입했지만 보험사 측은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직업이나 동호회 활동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할 경우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약관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보험 가입 전에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관련 규정은 돋보기라도 들이대야 보일 정도로 작은 글씨로 약관 뒷면에 기재돼 있다.
허씨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지난 5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에 가입한지 한참이나 지난 후에 자격증을 따려 했을까. 허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자격증 취득 후 2번째 다이빙을 했을 때였으며 동호회에는 가입돼 있지 않았다.
이제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취미도 가려서 즐겨야 할 판이다.
금융당국은 가입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 약관을 최대한 간략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운 약관 때문에 골탕을 먹는 가입자들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보험은 인생을 살다가 불의의 사고를 겪을 것에 대비해 마련해 놓은 최후의 보루다. 가입 당시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면서도 정작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금액을 줄이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보험사의 후진적 행태는 시정돼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이들에게 권한다. 억울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설계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돋보기로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한 약관을 전부 확인한 후 사인을 하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좋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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