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정건전성 우려 지나침 없다

2009-09-02 08:04

내년도 예산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초는 4대 강 사업에 대한 예산 쏠림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최근 정부가 중산층 살리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한결같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들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올해 1조1,000억 원인 4대강 사업이 내년에는 8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예산 총액을 늘리지 않으면 다른 분야 예산을 깎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16일 현 정부의 재정운영을 살펴 보면 세출 확대에 이은 감세 정책으로 쌍방향 포퓰리즘에 빠졌다면서 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부처별 예산 요구안을 분석한 결과 보건ㆍ복지,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관련 예산과 도로ㆍ철도 건설 예산이 8.6%나 줄게 된다. 기초생활보장 지출은 올해 추경예산보다 2,589억 원 줄었다. 도로ㆍ철도 예산은 14조6,000억 원에서 10조원으로 깎였다. 서민주택 예산도 40%가 줄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4대강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한구 의원은 "재정적자가 51조원인데 이런 식으로 몇 년 더 가면 재정이 파탄 난다"고 경고했다. 남경필 의원도 "4대강 사업에 동의하지만 국민적 공감대와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며 "재정투입을 확대하면서 감세도 하고 4대강 사업도 하는 '3마리 토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녹색성장을 위해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감세 정책과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내년 세수 전망은 아주 불투명하다.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만 13조2,400억 원에 달한다.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 재정 건전성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이런 형편에 4대강 예산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복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축소를 우려하는 이유다. 정부는 민생 예산을 줄이지 않는다지만,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8· 15 경축사'를 통해 친서민정책을 향후 국정 운영 정책으로 천명했다. 이어 청와대는 친서민정책과 관련해서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 '국민 민생 5대 지표'를 마련했다.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서민들의 삶이 한층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하면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이들의 자립을 도울 필요성이 있다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여야가 모두 걱정하는 재정의 건전성이 문제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친서민정책이 결코 쌍방향 포퓰리즘으로 발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정부가 친서민정책을 잇따라 쏟아낸 상속 · 증여세 인하 연기, 주세 · 담뱃세 인상 보류, 대규모 생계형 사면, 강력한 사교육 억제 조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 방침 등이 인기영합주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정서에만 호소하는 일을 무엇보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중도실용 · 친서민 노선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성장 기반과 시장경제원리의 기본원칙마저 훼손해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생활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보통 걱정이 아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또다시 급등할 경우 경기회복은 고사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때 야당인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재정운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인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동이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해도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정부와 여당은 세출 확대에 감세 정책들로 일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나라살림에 필요한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나 걷어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세출 확대에 각종 감세 정책에 대해 쌍방향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야당의 여당 헐뜯기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경제, 법치(法治)를 중시하는 원칙에 기조를 두고 재정운영에 만전를 기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원칙마저 흔들려서는 안된다.


포퓰리즘은 잠시 인기를 높여 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사회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경제 성장마저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균형 잡힌 정책을 취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부국장겸 정경부장 양규현 기자 to6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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