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불면의 고민끝에 내린 결단"

2009-07-30 15:11
박삼구 회장, 사내 전산망에 고별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박찬법 신임 회장의 취임을 하루 앞둔 30일 그룹 인트라넷에 고별사를 남겨 주목을 끌고 있다.

고별사에서 박 명예회장은 "박찬구 전 대표이사는 선대회장님의 유지로 체결된 대주주 4가계의 그룹 공동경영합의를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보유 중인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였다."며 "이에 본인은 박찬구 전 대표이사에 대하여 원상회복과 공동경영합의서 정신으로의 복귀를 촉구하였으나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박삼구 명예회장은 "박찬구 전 대표이사가 그룹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하여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된 것"이라고 이번 해임 조치의 배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본인은 그룹에 대한 저의 책임과 의무를 미루거나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2009년 7월 31일부로 그룹회장의 자리를 사임하고 명예회장으로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동반 퇴진의 변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박  명예회장은 "일련의 조치는 그룹에 대한 그룹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룹을 살리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불면의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새 그룹회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단합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순조로운 이행을 통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고별사 전문>

친애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 여러분,

우리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지난 1946년 택시 두 대로 사업을 시작하여 이제는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기간 동안 6.25전쟁,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등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수많은 역경과 시련의 시기를 겪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그룹은 집념과 도전정신이라는 고 박인천 회장님의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이 같은 난관들을 지혜롭게 이겨내고 극복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과 발전, 위기극복의 밑바탕에는 임직원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룹 회장으로서 또 여러분과 같은 그룹의 일원으로서 다시 한번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석유화학의 대표이사이며 본인의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의 가계가 금호산업의 주식을 매도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매입하여 왔는바, 이를 두고 언론지상에서는 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 석유화학부문의 분리가능성 등 여러 이야기들이 떠돌아 가뜩이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임직원 여러분에게 많은 걱정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금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는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와 임직원 여러분의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박찬구 대표이사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그룹의 경영권을 단일화시키는 한편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그룹지배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이번 이사회 결의를 통해 그룹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새로운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임직원 여러분께 그간의 사정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우선, 박찬구 전 대표이사는 선대회장님의 유지로 체결된 대주주 4가계의 그룹 공동경영합의를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보유 중인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였습니다.

우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주주 4 가계의 공동경영합의에 따라 그룹 계열사 주식에 대한 균등출자를 바탕으로 4 가계가 그룹 회장을 추대하고, 그 회장을 중심으로 결속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경영합의는 비단 대주주 4 가계간 화목뿐만 아니라 4 가계가 대주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인은 박찬구 전 대표이사에 대하여 원상회복과 공동경영합의서 정신으로의 복귀를 촉구하였으나 아무런 결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박찬구 전 대표이사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그룹이 당면한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 등과 관련하여 외부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등 대주주 4가계 내의 문제를 떠나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하여 그룹 전체에 어려움을 자초하게 되었습니다.

박찬구 전 대표이사가 그룹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하여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 여러분,

우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수많은 역경과 시련의 시기를 겪으면서 지금의 그룹을 일구어 내었습니다. 고 박인천 회장님의 창업정신인 집념과 도전정신이야말로 지금에 가장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은 그룹에 대한 저의 책임과 의무를 미루거나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2009년 7월31일부로 그룹회장의 자리를 사임하고 명예회장으로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회장 유고 시, 그룹 내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 있는 인사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한선대회장님과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을 제 5대 그룹회장으로 추대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상 일련의 조치는 그룹에 대한 그룹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룹을 살리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불면의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인 만큼, 이를 통해 새 그룹회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단합하여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순조로운 이행을 통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나가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이제 우리 그룹 임직원 모두 새로운 그룹회장과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튼튼하고 강한 기업, 5백년 영속기업’의 기틀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룹의 명운이 임직원 여러분의 ‘의지’와 ‘열정’과 ‘확신’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7월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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