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장내 지분경쟁 불붙나
'형제의 난'에 휘말린 금호아시아나 관련주가 엇갈린 등락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박삼구ㆍ박찬구 회장 동반 퇴진에 금호석화는 지분경쟁 기대로 시세를 냈다. 반대로 금호산업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는 지배구조 악화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 했다.
그러나 박삼구ㆍ박찬구 양측이 장내에서 지분경쟁을 벌이진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열쇠를 쥔 것은 장내 주식이 아닌 절대 지분을 가를 수 있는 자사주이기 때문이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금호석화는 전날보다 1.11% 오른 3만1850원을 기록했다. 반면 금호산업(-6.80%)과 아시아나항공(-1.77%), 금호전기(-0.59%), 금호종금(-1.12%)을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는 일제히 떨어졌다.
장내 지분경쟁 기대와 지배구조 악화 우려가 엇갈리면서 주가도 상반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석화 경영권 방어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박 회장은 특수관계자를 포함 23.53% 지분을 쥐고 있다. 이에 비해 박찬구 회장 쪽은 18.47%에 그친다.
특히 전날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금호석화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했다. 무려 19.66%에 달하는 자사주를 움직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이다.
자사주가 박삼구 회장 쪽에 넘어가면 지분은 43.19%로 과반수에 근접한다. 장내에서 지분 경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금호석화를 사실상 경영해 온 박찬구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 대한 법적 하자를 문제 삼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박찬구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지분률 38.13%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가능성 역시 높지 않아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과정을 보면 친 박삼구 회장 쪽이 금호석화 지분을 21% 이상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찬구 회장 측 지분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에선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오너 일가가 전면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것은 회사 차원에서 호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유동성 문제란 지적도 있다.
금융권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은행 여신은 물론이고 회사채 발행조차 여의치 않다.
대우건설 매각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자칫 대우건설 매각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구조조정 작업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진 경영권 분쟁 자체가 대우건설 매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 주체는 금호아시아나가 아닌 채권단"이라며 "일정대로라면 10월 매각 공고 시기를 전후로 국내ㆍ외에서 다양한 매각 방법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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