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우' 신정원 감독, "그냥 재미있는 영화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2009-07-29 18:35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공감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5일 개봉과 함께 올 여름 한국 영화 흥행의 첫 포문을 연 ‘차우’가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거센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전부터 게릴라 시사회 등 화제를 불러 모았던 ‘차우’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장기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5인과 ‘시실리 2km’로 색다른 스릴과 웃음을 선사한 신정원 감독이 뭉쳐 ‘차우’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냈다.
-신정원 감독은 시실리 2km 한 작품으로 ‘펑키 호러’라는 장르를 또한 ‘한국의 팀버튼’이란 찬사를 받은바 있습니다. 신정원 감독만의 웃음 코드를 만들 때 컨셉트를 잡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사람, 또는 상황의 이중성에 대한 저만의 시각 일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던 ‘차우’의 캐릭터들처럼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그 이중적인 부분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당혹스러운 상황? 기존의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던 그러한 부분들의 표현에 관심이 있습니다.”
“돼지라는 이미지 자체가 인간들에겐 아주 친숙하고 코믹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죠. 영화를 준비 할 때에도 '황금돼지의 해'(2007년인가요?)라며 떠들썩했지요. 그래서 저도 '차우' 라는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멧돼지 농장을 찾아다니는 등 조사를 해보니 결코 야생의 동물이 사람과 친숙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청 공격적이고 무섭더군요. 야생상태 그대로 보존을 해 주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 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생' 인 것 같아요.”
-CG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가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정도로 CG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와 같은 할리우드 최첨단 CG에 익숙 관객들에게 ‘차우’의 CG가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멧돼지’가 주 소재임에도 극에서 ‘멧돼지’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데 그 때문만은 아닌가요.
“멧돼지가 사자나 곰처럼 인간에 의해 조련이 되는 짐승도 아니고 또 '킹콩'이나 '디 워' '괴물'의 가상의 생물체처럼 인간들이 처음 만나보는 생명체도 아닙니다. 익숙한 동물인 '돼지'이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게다가 '온몸이 털로 덮혀 있어 최악의 캐릭터였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위해 오랜 기간의 작업을 했고 '애니매트로닉스'와 모형들을 이용,CG의 맹점들을 보완하려 노력을 했습니다. 만약 C.G만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려 했다면 지금보다 두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들었겠죠. 할리우드 최고의 팀들이 작업을 했다 해도 소위 말하는 'CG티' 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멧돼지의 클로즈업 장면은 여전히 C.G 표현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괴수 어드벤처’를 표방했지만, 식인 멧돼지의 공포나 쫓고 쫓기는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진지해 보이지만 그 속내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기려 드는데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인가요.
“마지막 추격 장면 등은 오히려 시나리오 단계에서 보다 더욱 분량이 늘어난 경우입니다. 할리우드 괴수영화들을 많이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잔인한 부분이나 괴생물체, 크리처에 대한 동경으로 찾게 되는 장르가 괴수영화이고 철저히 매니아적 입니다. 물론 쥬라기공원 이나 킹콩 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러한 영화들은 괴수영화가 아닌 더 많은 대중들을 위한 환타지물 이지요. 괴수영화들의 단점과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영화와는 다른 장치를 설정하게 된 것입니다. 괴수라는 장르적인 명명도 딱히 '식인 멧돼지' 라는 짐승이 나오는 영화의 범주를 좀 알기 쉽게 설명한 것 입니다. '짐승 어드벤처?' '멧돼지 액션?' 좀 이상했거든요. 그냥 재미있는 영화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이나 촬영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영화의 후반 탄광과 공장의 추격 장면은 정말 짧은 기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스태프과 배우들이 몸을 던지며 찍어낸 장면들 입니다. 지하 600미터에서 올라오는 석탄가스를 마셔가며 촬영을 했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샤워를 하면 검정색 석탄물이 배어나왔을 정도였죠.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그 외에 모든 장면들도 저에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나 방향은 생각하고 있는지요.
“영화가 장르나 스토리, 또 기술적인 부분들이 상당한 발전했습니다. 더 이상은 새롭고 놀라운 것들이 없어진, 어찌 보면 정체기라는 생각을 합니다. 두 시간 내외라는 한정된 시간도 표현에 한계가 있고요. 오히려 미드 라 불리는 TV시리즈들이 더욱 정교해지고 매력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과 스타일을 가진 감독과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만의 장점들과 시각으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고, 즐기고, 또 공감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꿈 입니다.”
아주경제= 김진영ㆍ인동민 기자 jnyki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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