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용 수입칼은 흉기"…줄줄이 입건

2009-07-19 12:08

-경찰 "날 6㎝ 이상 살상可, 계속 방치 안돼"
-수입상들 "10년간 묵인하다 이제 왜?" 반발


시중에 유통되는 등산용 수입칼을 무심코 들고 다니다 경찰서로 연행돼 낭패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날 길이가 15㎝에 못미치더라도 6㎝가 넘어 흉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수입칼을 불법무기로 규정하고 소지자들을 무더기로 입건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외사계도 최근 동작구의 한 수입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최근 3년의 판매기록을 확보하고 구매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중이다.

이런 사이즈의 칼은 살상에 사용될 수 있어 현행법상 무기인 '도검'에 해당되는데도 당국의 허가 없이 소지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구매자들을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제품을 모두 압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8월 도검류 단속기간에 맞춰 시작된 수사로 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칼이 최근 10여년간 경찰과 세관의 감시ㆍ감독하에 사실상 자유롭게 수입돼 등산ㆍ아웃도어 제품으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고무줄단속' 논란을 빚고 있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에서 도검은 날 길이 15㎝ 이상이며 그보다 짧으면 원칙적으로 도검이 아니다.

다만, 경찰은 `날 길이가 6∼14㎝일 경우 흉기로 사용될 소지가 있으면 도검으로 간주된다'는 법 시행령조항을 근거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현실적 여건 탓에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지만 무한정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등산용 칼 수입업자들과 개인 소장가들은 경찰이 애매한 법률 규정을 근거로 갑자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무고한 시민을 전과자로 양산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도검판매업체 관계자는 "15㎝ 이하 수입 칼은 외형이 문제가 되면 세관에서 경찰 질의회신을 하고 통관시킨다. 10년간 한 번도 단속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불법도검으로 처벌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서초구에 사는 김모(37)씨는 "얼마 전 투검(投劍)과 표창을 갖고 있다가 잡힌 `시위꾼' 사건이 이번 단속의 빌미가 된 것 같다. 아웃도어 나이프 샀다고 경찰서 불려가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압수된 도검의 평균 가격이 15만∼25만원이고 고급 모델은 200만원이 넘어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게 소장자들의 불만이다.

한편 경찰은 6∼7㎝ 칼도 경우에 따라선 살상 도구로 쓰일 수 있어 조사를 시작했을 뿐 '투검 시위꾼'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세관이 흉기로 쓰일 수입 칼을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경찰의 단속이 필요한 영역이며 애매한 법규는 각계 논의를 거쳐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남대문서는 압수한 칼의 반환 여부는 검찰과 논의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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