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가 고객에게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받아 은행 홈페이지의 빠른조회서비스로 통장 거래내용을 확인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부업체 A사와 본부장 박모 씨에게 1천만원씩의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사가 대출신청인에게 급여입금내역이나 신용정보를 조회한다면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은행 홈페이지의 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해 거래내역을 열람한 것이 금융실명거래법 규정에 어긋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사와 박씨가 (열람 행위를)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한 데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덧붙였다.

금융실명제법은 명의인의 서면 요구나 동의 없이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심은 A사가 서면동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고객에게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받아 은행 홈페이지의 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사가 대출을 위해 빠른조회서비스로 거래명세를 본 것이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다 서비스가 명의인의 신속한 조회를 위한 것이지 타인의 열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유죄 판단하고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