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의 수레바퀴) 삽질 공화국과 친환경차

2009-07-01 11:03

최근 자동차의 대세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100여년 이상 지속된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유지비도 적게 들고 환경 파괴가 적은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 역시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를 맨 먼저 탄생시킨 것은 일본의 도요타다.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이미 3세대로 진화한 프리우스는 올해 3월까지 40여 개국에서 125만대나 팔렸다. 우리와 비교하면 대략 12년을 앞선 셈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도 친환경차 경쟁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그 결과 수년 전부터 모터쇼에서는 친환경차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모조품 천국’ 중국도 정부가 수조 원을 뿌리며 지원할 정도다.

불황 탓에 참가 업체가 줄었던 올해 첫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이름만 남은 거함 GM도 큰 덩치에 저연비 차만 만들었던 과오를 사과라도 하듯 소형 전기차인 볼트를 선보였다. 

지난 4월 열린 서울모터쇼도 다르지 않았다. 국내외 메이커들이 대략 12가지의 친환경차를 전시했다. 흡사 친환경차 각축장을 보는 듯 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도 회생의 관건이라며 일컫던 C200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을 정도였다.

자동차회사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쟁 심리도 있지만, 각국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가 가장 큰 이유다. 공해의 주범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버려 둘 경우 환경개선비용이 더 들 수도 있어 앞으로 규제는 더 강화될게 분명하다. 

국내의 경우 지식경제부가 이달부터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일본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도요타의 ‘렉서스 RX450h’ 3개 모델에 한해 최대 310만원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이나 일본이 하이브리드카 최초 출시 시점에 내건 지원방안에 비하면 310만원 세제혜택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도요타 프리우스가 본격적으로 팔리던 1998년에 기존 차량과 하이브리드카의 가격차액 50%를 보조해 줬다. 또 취득세 2.2% 인하, 자동차세 1년간 50% 감면, 취득가액 30만엔 공제 등의 당근도 내걸었다. 미국도 대당 최대 3400달러를 지원했고, 4000달러를 소득공제해 줬다. 소비세 500달러 감면, 전용차선 진입 허용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지난 4월과 5월 하이브리드차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하이브리드카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었다.

친환경차의 미래가치는 끝이 없다. 짧게 봐서 10년 후인 2018년에 생산유발 효과 8조7000억원에 고용효과 4만6000명이나 된다. 현 정권이 그렇게 몸 달아 하는 4대강 삽질은 단기처방이고, 친환경차 지원은 항구적 해결책이라는 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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