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통 무시한 감면제 폐지 '눈총'

2009-06-18 19:15

정부, 비과세 감면 대폭 줄여 세수 충당...정치권도 비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연말까지 경기저점을 횡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운데 정부가 서민 감면제도 폐지 등 증세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경기불황으로 인해 국세 수입의 손실분을 중소기업·서민 감면책의 폐지로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현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전환을 촉구하면서 “서민의 고통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정부, 비과세·감면 대폭 줄여 세수로 충당

정부는 올 1분기 세수가 지난해 동기대비 8조원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8일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이 42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8조원(16%) 정도 감소했다”며 “그러나 추경을 통해 세수 부족에 따라 예상되는 11조원의 세입결손을 보전한 만큼 세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감세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175조원보다 적은 164조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 4월 추경예산에서 11조2000억원 규모의 세입결손을 보전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수 감소폭은 정부의 당초 예상치(2%)보다 훨씬 웃도는 수준(16%)이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20조∼30조 가량 세수 부족분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이면서 증세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기반을 확대하기위해 비과세 감면을 폐지 또는 조정대상에 올려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180여개의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만료되는 86개가 중점 검토 대상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할 때 투자액의 3~10%를 감면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특정 세목의 비과세 감면을 줄일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 올해 효력이 정지되는 비과세 감면 대상 세금의 감면 폭을 동일하게 10%씩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서민 감면 폐지 잘못된 정책” 한목소리

문제는 정부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감면제도 중 농·어업용기자재 영세율, 수송용 차량 유가보조금,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등 대표적인 중소기업·서민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부자감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 돼야 한다”며 “이제 감세정책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당내 개혁성향 모인인 민본21측도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을 취약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축소로 메우려 하는 건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도 “부자감세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정부의 감면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힘겨워질 것이고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생필품처럼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품목보다는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품목에 대해 부가세 감면을 축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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