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총재 만난 S&P회장, 무슨 얘기 오갔을까

2009-06-18 09:22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의 데븐 샤르마 회장이 17일 한국을 방문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면담을 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재 아시아지역 국가들을 순방 중인 샤르마 회장은 이날 당일 일정으로 한은을 방문했다.

국제신용평가사는 기획재정부와 업무협조를 맺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수장을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촉박한 일정에도 중앙은행장을 만난 것은 이례적으로 면담은 S&P측에서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와 샤르마 회장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S&P는 지난 16일 아·태지역 시중은행에 대해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시스템이 받게 되는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것으로 은행의 자본 충실도를 측정하는 작업이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S&P는 한국 시장에 의심을 품고 있는 기관으로 이번 면담은 우리나라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기준을 잡기 위한 사전 작업일 것"이라면서 "지난 3월 피치사가 국내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지만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동유럽 위기로 인한 아시아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자료 공개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동유럽 신용도 급락으로 이 지역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 서유럽 금융기관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올랐다. 

S&P도 지난 5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대손충당금으로 얼마 만큼의 피해를 입을 지에 대한 얘기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충당금 규모는 은행의 신용 평가에 주요 기준으로 쓰이며 스트레스 테스트의 충당금 적용 기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충당금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면서 "스트레스 테스트 중 충당금 부문에 글로벌 잣대를 들이댈 지가 주로 얘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묻기 위해 방문하는 것 뿐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광준 한은 부총재보 역시 "거시경제현황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번 면담에서 굵직한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 거시경제실장은 "은행의 대출 문제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한은은 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호상 외환은행 연구위원도 "최근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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