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盧 수사내용 비공개 이유는

2009-06-12 16:40


검찰은 12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면서 그간 수사 과정에서 수집한 구체적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게 되면 고인을 비롯해 의혹에 얽힌 여러 인물의 사생활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보도자료에서 밝힌 공식적인 이유다.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할 수 없게 됐을 때는 따로 증거를 설명하지 않는 관행도 검찰이 증거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설명보다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마당에 검찰이 수사 내용을 조목조목 제시할 경우 정치권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었고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기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검찰책임론'마저 불거진 상황에서 다시금 노 전 대통령의 의혹을 들고 나오는 것이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세균 대표 등이 한 목소리로 "검찰은 고인을 욕보여선 안된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내용 공개에 강한 반발을 보였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수사 내용을 밝히면 일방적으로 고인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은 검찰로서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공여자의 진술 외에 강력한 '물증' 확보가 어려운 뇌물의혹 사건이란 점도 검찰로 하여금 선뜻 증거를 내놓지 못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애초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또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기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을 일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실제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검찰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수사 경과만 간략히 설명하는 선에서 수사 내용에 대한 언급을 마쳤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된다'는 점을 자료에 분명히 밝힘으로써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보였다.

검찰이 발표문의 상당 분량을 할애해 수사에 대한 각종 비판에 대해 상세히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시작된 후 보복ㆍ표적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에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진 터라 검찰로서는 수사결과 발표와 맞물려 시비의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명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검찰은 직접적으로 수사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그동안 제기된 논란에 대응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검찰책임론이 확대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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