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상의 여행스케치 - 남해의 외딴 섬 거문도에서 즐기는 특별한 여행

2009-05-21 10:39

   
 
 

남해의 외딴 섬.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욱 그리워지는 섬. 그렇지만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섬 거문도. 여수에서 뱃길로 115km 정도나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쾌속선으로 불과 1시간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 거문도다. 전라도 쪽 뭍에서는 가장 멀리 떨어진 섬 가운데 하나인 이 섬은 여수항을 떠나는 쾌속선을 타고 우주기지가 건설 중인 고흥반도 끝자락의 외나로도를 스쳐 지나고 손죽도, 초도 등을 배 안에서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거문도 선착장에 닿게 된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도와 서도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두 섬이 가운데 아래의 작은 섬 고도를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다. 깊은 바다에서 오는 파도를 두 섬이 막아주고 있어 거문도 안쪽 바다는 항상 부드럽고 잔잔하다. 동도와 서도 사이의 바다는 약 100만 평 넓이로 완전히 고립된 형세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형 때문에 동도와 서도, 고도 사이의 안쪽 바다는 항상 잔잔하고 부드러운 물길을 갖게 된다. 이 천혜의 자연 조건 때문에 고도에는 일찍부터 항구가 발달했고, 지금도 가장 큰 항구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거문도의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 고도는 영국군 묘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던 1885년, 우리나라에서는 청나라와 일본이 주도권을 놓고 자기들끼리 암투를 벌이고 있었고, 북쪽 멀리 러시아는 청-일의 균형을 이용하여 남하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을 연결하는 해상을 장악하고 있었던 영국은 북쪽 러시아의 남하를 위협적으로 여기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천연의 항구가 있는 섬 거문도는 동지나해와 동해를 연결하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러시아에 대한 견제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훌륭한 곳이었다. 3척의 군함과 600명의 병력으로 거문도를 점령했던 영국은 1887년 철수할 때까지 햇수로 3년간 머무르며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그 동안 거문도는 포트해밀턴(Port Hamilton)으로 통했다. 이 때 영국이 남긴 흔적은 고도의 영국군 묘지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묘는 항구에서 오른쪽 산등성이로 쪽으로 6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다. 영국 해군이 주둔한 3년간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사망하여 이곳에 묻혔는데, 현재는 세 명의 묘지만 남아 있다.

여수에서 온 배가 정박하는 여객터미널이 있는 고도에서 아치형 현수교인 명물 삼호교를 건너면 거문도에서 가장 큰 섬 서도로 들어선다.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무지개 모양의 삼호교는 그냥 건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더운 여름에 거문도에 가서 어떤 피서를 하는 것이 좋을까? 이열치열이라고 거문도 종주 트래킹을 한 번 권해본다. 서도 북쪽에 있는 음달산에서 시작되는 거문도 종주 산행은 한 나절을 꼬박 잡아야 하지만 거문도의 아름다운 바다 쪽 풍광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섬 산행을 즐기는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코스는 음달산→불탄봉→억새 군락지→기와집 몰랑→신선바위→보로봉→거문도 등대까지 온 후 등대에서의 낙조를 감상하는 일정이 풀코스이다.

이 트래킹 코스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동백나무 울창한 숲을 통과하게 되는 는 불탄봉에서 기와집 몰랑까지 이어지는 산길로 여름에 가면 동백꽃은 없지만 그 짙고 윤기 넘치는 진녹의 동백 잎은 땀나는 이마에 시원한 숲 그늘을 덮어준다. 동백이 한창인 2,3월에 이 길을 찾는다면 동백꽃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기억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동백나무 향기에 취해 산등성이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신선바위에 이르게 된다. 사철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대는 신선바위는 어른 열댓 명이 큰 대(大)자로 누워도 넉넉할 만큼 너른 바위이다. 이곳에 올라 멀리 거문도 등대가 있는 풍경을 감상하거나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있는 해안선을 감상하다보면 더위는 이내 멀리 물러가 버린다.

신선바위에서 섬 트래킹 코스의 종착점인 거문도 등대까지 가지 않고 서도 동쪽 길 내려서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피서 철의 천국 유림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지나 오르막길을 가면 산을 돌아가는 지점에 나무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명물 삼호교가 눈앞에 깔리며 작은 배들이 다리 사이로 드나드는 거문도 특유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서도의 남쪽 끝자락에서 밀물 때면 물에 잠기는 길을 건너면 거문도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는 거문도 등대를 찾을 수 있다. 남해를 항해하는 많은 배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고 있는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짙고 거친 느낌이다. 하얀 등대 앞에 서 있는 관백정(觀白亭)은 여수시에서 1993년에 세운 전망대로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백도가 시야에 들어오기를 기원하면서 망망대해를 감상할 수 있다.

가는 길 : 여수항에서 쾌속 여객선이 하루 2회 왕복한다. (여수 출발 7:40, 14:00, 거문도 출발 10:10, 16:40) 하지만 성수기, 비수기 및 기상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여수항 여객터미널: 061-663-0117, 거문도 여객선터미널: 061-666-8215) 패키지 관광 문의는 거문도관광여행사( 061-665-4477)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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