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 삼성물산 이상대 부회장

2009-05-27 09:18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사진>은 지난 1978년 제일합섬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당시 삼성건설)으로 옮긴 이후 줄곧 삼성건설에서 일하고 있는 왕고참이다. 삼성건설이 지난 1977년 창업됐으니 사실상 창업멤버이자 지금의 위치를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이 회장의 걱정이 부쩍 많아졌다.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공사 발주물량 감소와 국내경기 침체는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20일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당분간 보수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는 말을 했을까.

어려운 사정은 수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이 올 1분기에 수주한 해외공사 금액은 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0.05%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높이 빌딩인 '버즈두바이'로 대표되는 삼성건설의 해외공사 능력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려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나킬사로부터 수주한 10억8000만 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 '팜 주메이라 프로젝트'는 취소되는 일이 생겼다.

삼성건설은 국내 공공공사 시장에서도 경쟁사들에 밀리고 있다. 올 1분기 삼성건설이 수주한 공공물량은 4500여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공수주 1위인 대우건설의 1조4427억원과 비교하면 약 1조원 가량 차이가 난다.

다급해진 삼성건설은 신울진원자력 1·2호기(1조5773억원), 새만금방수제(1조4000억원) 등 대부분 공공프로젝트 수주전에 모두 뛰어들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떡하든 수주고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공공 물량 수주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처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을 축으로 한 주택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삼성건설이 올들어 수주한 재건축 사업은 석관1구역이 유일하다.

최근 몇 년간 '래미안'을 앞세워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11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래미안' 아파트는 위안 거리다. 최근 분양한 경기 의왕과 서울 신당의 래미안 아파트는 높은 청약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래미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안심은 안된다. 삼성건설이 대구 수성구에 공급한 '래미안 수성'은 준공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결국 전세로 돌렸다. 달서구 성당동의 '래미안 성당' 역시 전세로 전환해 분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이 부회장은 건설 출신으로 두 부문 모두를 책임지고 있다. '1국 2체제' 형태다. 문제는 두 부문이 합병(1995년)된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조화'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대 부회장이 건설쪽 출신이다 보니 상사쪽이 홀대 받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과제도 여기 있다. 상사와 건설부문이 합쳐져 낼 수 있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다. 어려운 외부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내부의 힘을 결집하면서 난국을 돌파해나갈지 자못 궁금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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