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불황기에 더 강한 이유

2009-05-10 13:58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상사, 쌍용 등 국내 종합상사들이 지난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불황기에도 좋은 실적을 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수많은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특정 주력사업이 있다. 그리고 이 사업군이 호경기일 땐 아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불경기일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상사의 경우 철강, 화학, 전자, 유통, 해운, 물류, 자원개발 등 수십여 가지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한두개 사업이 부진하다고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대형 선박의 경우 선박 하부를 여러 칸으로 나눠 일부가 파손되더라도 침몰은 막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종합상사도 이같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한 분야에 '올인'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불황기 역시 잘 버텨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제조업체들이 불황으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종합상사의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이로 인해 1분기 글로벌 물동량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한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로 제조업체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망을 가진 종합상사를 다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1990년대 말부터 자체적인 해외 네트워크 망을 구축, 종합상사의 의존도를 낮춰온 바 있다.

전 세계로 뻗어 있는 해외 네트워크도 실적 호전에 큰 역할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분기 영업익 456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9% 상승했다. 이 같은 실적은 전 세계 110여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망의 역할이 컸다.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영업력 확대에 주력, 해외영업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와 쌍용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등 신시장 발굴에 주력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대부분 기업이 1분기 매출 하락을 기록한 데 비해 이례적인 일이다.

1분기에 16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 상승도 각 기업들의 영업이익 상승에 한 몫 했다. 무역중개수수료와 자원배당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받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한편 업계는 2분기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물동량이 살아나고 있는 데다, 최근 생산에 들어간 광구의 지분이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박종렬 HMC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은 떨어지겠지만 글로벌 물동량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다 LG상사의 경우 올해 생산을 시작하는 광구 이익금이 2분기부터 반영되는 등 자원 개발 효과까지 가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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