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고금리까지 겹쳐 '사면초가'
국내 캐피탈사들이 중고차에 높은 할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신차와의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캐피탈사들의 턱 없이 높은 금리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중고차 시장도 불황을 맞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의 높은 중고차 할부금리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 서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할부금리는 연 9.9~29.9% 수준이다. 고객의 신용등급과 선수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용도 7등급 고객의 경우 10%대 후반에서 20%대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반면 신차 할부금리는 연 최고 11.9%로 선수금이 30~50%일 경우 시중은행들의 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 3.15% 정도의 낮은 이자가 적용된다.
선수금이 50% 이상일 때는 2.75% 수준이다. 게다가 일부 신용도 높은 고객에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이 신차와 중고차 간의 금리 차가 커지자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차 매매 사이트 오토인사이드에 매물로 나온 현대차 제네시스(BH380로얄 VIP팩, 2008년 2월식)의 가격은 4200만원이다.
이 차를 연 20%의 금리로 36개월 할부 구매할 경우 구매자는 2520만원의 이자를 납부하게 돼 총 6720만원의 차값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델의 신차 구매 가격은 5520만원으로 신차 값이 1200만원이나 저렴하다. 게다가 정부의 신차 구매 세제 혜택 및 현대차의 차값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하면 가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에 소비자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김씨(31)는 "중고차를 할부로 구매하려고 했지만 금리 계산을 해 본 결과 신차 가격이 더 저렴해 신차를 구매키로 했다"면서 "신차보다 중고차가 비쌀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도 중고차 보다는 신차를 사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딜러는 "중고차 장기 할부 금리가 워낙 높아 중고차 가격이 신차 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며 "신차를 구입할 경우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할인 제도가 실행되고 있어 신차를 구입하는 것이 득"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에 최근 중고차 구입대수도 빠르게 감소하는 중고차 시장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지난 2월 17만7614대였던 중고차 판매대수는 3월 15만7744대, 4월 14만1842대로 급감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시장 경기가 악화된 데다 캐피탈업계의 높은 금리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정부차원의 할부금융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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