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쌍용차, 매각 수순 밟을 듯

2009-05-07 08:21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가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있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법원이 매각 쪽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쌍용차로서는 이번 실사 결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중에도 인수 대상자만 나온다면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곧바로 회생절차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이 6일 공개한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가 청산되는 것보다 존속되는 게 더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쌍용차가 계속 유지될 경우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가치’를 1조3276억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가치인 9386억원보다 3890억원이나 많은 액수다.

하지만 이는 사측이 내놓은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가 실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 비용과 신차개발을 위한 총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즉, 이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생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없다면 회생절차는 곧바로 폐지된다. 또 다시 파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존속가치에 무게를 둔다는 것은 곧바로 회생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쌍용차를 파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법원이 매각하는 쪽으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매각을 염두해 두고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인수 대상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가치를 높인 후에 제 값을 치루고 매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조사보고 결과가 계속 기업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큰 것으로 조사된 만큼 기업회생과 채권단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정상화 방안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오는 22일 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쌍용차의 법정관리 체제를 지속할지, 폐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회생계획안 제출을 명령할 계획이다. 이후 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법원은 최종적으로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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