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T는 밑그림을 크게 그려 세계로 나아가라

2009-04-26 18:06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 부장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 부장 
KT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남중수 전 사장과 조영주 전 KTF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잇단 비리로 얼룩진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다. 이석채 사장(현 KT 회장)이 지난 1월 14일 취임하면서 깨끗한 KT를 강력히 외쳤고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비리에 연루된 임원 6명을 아예 검찰에 고발하는 등 새로운 KT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는 KTF와 합병을 통해 자산 25조원의 거대 통신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앞으로 이석채 사장이 어떻게 비리 없는 KT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사장은 취임하면서 검찰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영입해 새로운 KT를 만들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KT는 올 1월부터 3월 말까지 수도권 서부사업본부에 대한 감찰을 실시했다. 정성복 부사장의 주도로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한 결과, 상무급 임원 등 24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가운데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된 사람들은 전화 통신망 가설 공사 등을 도와주고 수 천만원의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선박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또 다른 1명도 고발했다.

KT가 비리 직원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명도 아닌 6명을 검찰에 넘긴 것은 KT 경영진의 깨끗한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KT 직원들은 적지 않게 당황해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리가 있어도 덮어두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갔는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통신사업을 일으켜온 KT는 비리에 빠질 위험성을 늘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KT하면 전화만 생각하지만 KT로 먹고 사는 기업이 수백, 수 천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KT가 하는 일이 이권과 관련된 게 많은 것도 비리를 부추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국민들은 KT를 깨끗한 기업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조영주 전 KTF 사장이 비리로 걸려들고 모회사인 KT의 남중수 사장마저 비리에 연루되자 KT는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언론은 남 사장과 조 사장의 비리가 적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훌륭한 경영자로 추켜세우고 법석을 떨었다. 결국 그동안 KT를 정직한 기업으로 보았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지나간 얘기는 해도 소용이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KT는 이미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깨끗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을 했다.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정 부사장은 검사시절 강골 검사로 알려져있다. 이번에 KT 직원 6명을 검찰의 손에 넘긴 것도 정 부사장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어쨌든 KT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경영진 틀도 다시 짰고, KTF와 합병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비리회사의 누명을 벗고, 세계적인 통신업체가 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함께 손을 잡고 뛰는 것이다. 

KT는 지금 개혁과 경쟁을 함께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이동전화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엄청난 무선망을 구축, KT의 웬만한 도전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SK텔레콤을 견제하려면 KT는 이제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지금 KT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경영혁신이다. 경영혁신은 비리를 도려내는 것과 인력을 재편하는 것이다. 비리 척결은 정 부사장의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인력 개편은 KTF와의 합병과정에서 인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남는 인력을 또 어떻게 할 지가 관심사다. 인력과 관련해 경영진의 사심이 개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음은 KT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떨쳐야 한다. 영국의 BT나 프랑스의 FT, 미국의 AT&T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KT가 국내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려면 굳이 KTF와 합병할 이유도 없다. 세계적인 사업자가 되기 위해 KT는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 없는 세계적 사업자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KT는 어려운 전환기에 있다. 전환기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넘기느냐에 따라 KT가 한국을 넘어 세계의 KT가 될 수도 있고, 좁은 한국 시장에서 아웅다웅하는 KT가 될 수도 있다. KT는 밑그림을 크게 그리고, 이 그림을 위해 모든 직원이 한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김병호 기자 b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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