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울고' 외국계 '웃고'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38개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2조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046억원)보다 5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47.4% 감소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0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1%(282억원) 증가했고 HSBC도 36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JP모건체이스는 4600억원의 이익을 냈으며 BNP파리바(1500억원), ING(1200억원), 소시에떼제네랄(1000억원) 등도 실적 호조를 보였다.
한국씨티은행도 전년 대비 9% 감소한 425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금융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이자 이익과 채권 운용수익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필요한 자금을 본사로부터 들여올 수 있어 자금 조달 여건이 국내 은행보다 우수하다"며 "지난해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이자 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달러 자산이 많은 외국계 은행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며 "달러 대출이나 채권 운용 등 비교적 안정적인 방식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예대마진 하락과 대손충당금 적립 여파로 실적이 급감했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지난해 1조51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45.5% 급감했으며 신한은행도 전년 대비 29.5% 감소한 1조446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년 대비 각각 86.2%와 54.8% 줄어든 2340억원과 474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지난 5년 동안 지나치게 외형 확대에 치중했다"며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부실 자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올 1분기 실적은 지난해 4분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 건전성 지표는 나아질 수 있지만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는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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