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엔고로 신음하는 용산 전자상가
(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원화가치 하락으로 반짝 늘어났던 일본, 중국 등 외국인의 발길도 요즘엔 뚝 끊겼습니다"(용산 전자상가 매장 직원 이모씨)
지속되는 엔고현상에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나서자 현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싹쓸이’를 해가던 외국 고객 반짝 특수도 끊겨 용산 전자상가 내 상인들의 시름은 늘어만 가고 있다.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 쌀쌀한 날씨 탓인지 3~4무리 정도의 손님만 간간히 보일 뿐 매장 내 활기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3층 카메라 전문 매장 직원 이씨는 "예전 같으면 손님들이 북적거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주말인데도 지금까지 2개밖에 못 팔았다"며 "엔고 때문에 제품가격이 계속 올라 매출이 예년보다 50%는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곳에서 카메라·MP3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인 김 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니콘, 캐논사 등 일본 기업들이 렌즈와 일부 액세서리 가격을 최대 15%까지 올리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품가격이 오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4월 1일부터 20% 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원화가치가 낮아 일본, 중국 고객이 현지보다 싼 가격에 몇 백대씩 사가서 현지에 되팔던 '싹쓸이' 특수도 제품 가격이 현지와 비슷해지자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전문 매장이 집결돼 있는 용산 나진상가도 엔고의 여파가 비껴가지 못했다.
이 곳에서 게임 매장을 운영 중인 박 모씨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3주 전부터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판매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며 "PS3는 2주 전까지 48만원선에서 판매했는데 지금은 55만~ 60만원선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닌텐도, Xbox 등의 다른 제품도 일본·중국인들의 대량 구매로 시장에 내놓을 물량이 부족한 상황으로 들었다"면서 "또 4월초에 가격이 일제히 오를 것으로 알려져 불황에 가격까지 오르면 손님들의 지갑도 닫힐까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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