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인당 평균 인건비 8100만원

2009-03-26 08:30

 
지난해 주요 은행들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8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리면서 임금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생산성, 수익성이 높아진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동안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린 데다 최근 경제위기 속에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도 본연의 금융중개 업무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고임금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1인당 평균 인건비 8천100만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8개 은행의 총 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퇴직급여)는 7조7천956만3천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8개 은행의 연평균 임직원 수 9만5천685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천147만 원으로 추산됐다. 복리후생비에는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녀장학금, 의료비 보조, 수강료 보조금 등이 포함되며 퇴직급여는 은행들이 직원 퇴직을 위해 쌓아놓는 비용이다.

임직원 수에는 비정규직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정규직의 평균 임금만 따지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외환은행이 9천217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C제일은행이 9천29만 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기업은행 8천643만 원, 국민은행 8천579만 원, 한국씨티은행 8천453만 원, 우리은행 7천970만 원, 신한은행 7천630만 원, 하나은행 6천162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 은행의 인건비는 2007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 2007년 이들 은행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천700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 인건비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은행들이 연말 성과급 지급을 줄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은행권 연봉 선두를 달렸던 신한은행의 경우 2007년 말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고임금을 받는 직원을 중심으로 400여 명이 은행을 떠나면서 평균 임금이 다소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고임금 적정한가' 논란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임금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5∼2007년 3년 연속 2조 원의 순익을 달성하는 등 은행들이 최근 3~4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업점 마감 이후에도 오후 9~ 10시가 지나서야 퇴근하는 등 노동 강도가 세고 근무 시간이 긴 점도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 특성상 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해 급여가 높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모 은행 인사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약 30만 명의 은행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후 3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되면서 임금도 높아졌다"며 "높은 임금을 줘야 인재가 몰리고 다시 효율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높은 임금이 성과.보상에 투명하게 연동하는지 여부다. 더욱이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실물경제에 대한 은행의 자금 공급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어서 고임금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을 포함한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377만2천 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 264만 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제조업은 269만9천 원, 건설업은 247만7천 원이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임금 수준이 높다는 것 자체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칫 포퓰리즘의 소지가 있지만, 급여 및 스톡옵션 등 성과보상이 장기적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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