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한미 FTA 비준 지렛대냐 장벽이냐
美 우회압박 조기비준 ‘기대’…실익 반감, 비준 지연 ‘우려’
전문가 “타결 가능한 국가와 우선적으로 FTA 체결하는 게 최선”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 비준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와의 FTA 체결은 미국측을 압박할 수 있어 한미FTA 비준 처리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는 지렛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과 자동차 부문 등에서 미국의 실익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해 비준안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EU FTA와 한미 FTA를 연계치 말고 정부는 우선적으로 타결 가능한 국가와 FTA를 신속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달 2일 한EU FTA 공식 타결 전망
한국과 EU는 지난 23∼24일 서울에서 열린 8차 협상에서 사실상 FTA 협상을 타결 짓고 이르면 내달 2일 G20금융정상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은 공산품의 91%, EU는 97%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자동차 관세는 5년 내 모두 철폐키로 했다. 또 한국은 관세율이 16%에 이르는 기타 기계류와 순모직물 등 40여개 민감품목에 대해 예외적으로 7년내 관세철폐라는 성과를 얻었다.
품목수 기준으로 관세를 즉시철폐하거나 3년내 철폐하는 조기철폐비율은 한국이 96%, EU는 99%로 이는 한미 FTA에서의 조기철폐비율(한국 96.2%, 미국 91.4%) 보다 높아 역내무역개방 수준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EU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4조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고 이 지역 평균 관세율은 4.2%로 미국(3.7%)보다 높아 FTA 체결에 따른 효과가 한미FTA 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되면 단기적으로 GDP의 2%,장기적으로는 3%가 증가한다.
◆한EU FTA, 한미 FTA와 연계치 말라
문제는 한EU FTA의 사실상 타결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한미FTA 비준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전문가들은 한EU FTA가 한미 FTA 조기비준을 이끌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를 동시에 내놨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EU FTA는 한미FTA 비준에도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우리가 EU와 먼저 타결한다고 해도 한미FTA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내 무역관련업계는 조속한 비준처리를 의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와 EU가 먼저 FTA를 타결한다면 미국측이 FTA를 통해 당초 얻으려는 실익이 반감될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한미FTA 비준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EU FTA를 한미 FTA와 연계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원장은 “정부는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FTA를 체결해나가야 한다”며 “어느 국가와 먼저 할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우선적으로 가능한 국가와 FTA를 신속히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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