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제휴카드 허용, 업종간 희비 엇갈려

2009-03-24 16:49
증권·카드 "사업영역 확대" 환영 은행 "이탈고객 늘어날까" 우려

금융당국이 주식 등 각종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키로 하자 증권업계와 은행권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은행들은 이탈 고객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 부실과 고객들의 카드 남용을 우려해 금지해 온 증권사 제휴 신용카드 발급을 6월부터 허용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를 받아 주식에 투자할 경우 카드사 부실이 커질 수 있어 지금까지 금지했지만 규제 완화 차원에서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다만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카드 모집 과정에서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연계 신용카드는 기존 신용카드 기능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주식 등을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것이다.

카드업계와 증권업계는 오는 6월 카드 발급에 대비해 벌써부터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굿모닝신한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파트너로 점찍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협의 중이다.

현대카드도 현대증권과 동양종금증권, HMC증권 등을 물망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형 카드는 현금 대출과 증권 매매 등이 가능하며 오는 7월 지급결제 업무까지 시행되면 고객 편의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식 거래를 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 발급시 고객의 신용도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울상이다.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넘겨준 데 이어 고객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 온 카드 영업까지 축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업계 카드사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호재이지만 은행의 경우 계좌 이탈 고객이 늘어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주된 업무가 은행 계좌를 가지고 카드를 발급해 영업 및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것인데 이를 증권사가 대체하게 되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형 카드가 나오면 카드사들은 제휴처를 늘릴 수 있고 시장 영역도 확대돼 좋지만 은행들은 이탈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