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SAT'는 충성도 테스트?

2009-03-24 16:47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에 취직하기 위한 필수 관문인 삼성 직무적성검사시험(SSAT)이 삼성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 됐다.

지난 22일 치러진 SSAT에 응시한 한 수험생은 “이번 SSAT 인성 검사에서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수험생에 따르면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삼성맨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기업의 발전을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비리는 고발해야한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간다 등의 문제가 인성검사 항목에 포함된 것을 알려졌다.

이러한 질문들은 삼성그룹에 대한 애정을 넘어서 최근 삼성이 처한 입장을 옹호하는 답변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특히 인성검사의 경우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지않는 답을 한 경우 그대로 탈락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험생들이 답을 체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다른 수험생은 “평소 신념에 따른 답을 적자니 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삼성 편에 치우친 정답을 적었다”며 “많은 수험생들이 이러한 딜레마로 고민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이번 SSAT에는 삼성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영삼성’에 이미 소개됐던 상식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취업 카페인 다음 ‘취업뽀깨기’ 회원인 네티즌은 “오늘 싸트에서 나온 시사 상식 문제들이 (영삼성 ‘지식 플러스’ 코너) 지문과 예까지 똑같았다”고 게시글을 남겼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RUBY족 △프로슈머 △Killer App △후크송 등 기존 ‘지식 플러스’ 코너에 소개됐던 상식문제가 SSAT에 그대로 출제됐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삼성그룹 웹진인 ‘삼성매거진’에서도 시사 문제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 취업 준비생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당연한 조건”이라고 밝힌 뒤 “다만 이번 SSAT는 삼성에 대한 충성도를 측정하기 위한 줄세우기에 가까운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SSAT 합격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순께 발표되며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면접을 거쳐 다음달 중순께 최종 합벽자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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