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업계, 고객 상대로 '수수료' 따먹기
#)직장인 이씨(35)는 최근 한 저축은행에서 연 42.9% 금리로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수중에 들어온 돈은 292만5000원에 불과했다. 저축은행이 취급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2.5%인 7만5000원을 떼 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급수수료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지만 돈을 빌리는 입장이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여신금융기관들이 대출 고객들에게 과도한 취급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상대로 수수료 따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신용카드업계의 취급수수료율(연평균 환산)은 5%에 육박하고 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 4.84%, 롯데카드 4.69%, 현대카드 4.56%, 삼성카드 4.17%, KB카드 3.93%, 비씨카드 3.30% 등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연평균으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은 전년 대비 약 0.1%포인트 내외로 올라 0.55~0.60%를 기록했다.
협회에 명시된 취급수수료율은 연리 환산한 것으로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에 365를 곱하고 이를 다시 현금서비스 평균이용기간으로 나눈다.
특히 현금서비스에 대한 취급 수수료는 다음달 결제액에 가산되기 때문에 카드 명세서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인상이 고객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최근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황"이라며 "취급수수료율까지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담보 대출을 하기 때문에 취급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카드사는 무담보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개인 신용도와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높은 수준의 취급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권의 취급수수료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4.0~4.5%, 솔로몬저축은행 3.0%, HK저축은행 2.5% 등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개인 등이 끼게 되면 취급수수료를 많이 받고 고객이 직접 영업점을 찾아 온 경우에는 수수료 일부를 할인해주고 있다"며 "저축은행 고객의 신용도가 비교적 낮고 연체율도 높아 사후관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김영기 금감원 여신전문서비스실 팀장은 "금융상품에 붙는 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금감원이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다만 고객들이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경 금감원 저축은행감독실 팀장은 "대출 취급수수료율은 상품 가격과 관련된 것으로 관여하기로 어렵다"며 "다만 수수료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조처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