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설립, 지금이 적기"-WSJ
"50년만 젊었어도 은행을 설립했을 텐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올해 83살인 그린스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 은행을 설립하면 높은 자본 수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 은행 설립 적기라는 주장은 그린스펀만 하는 게 아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많은 전문가들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 최근 영업을 시작한 몇몇 은행들은 이미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뉴욕에서 문을 연 하노버커뮤니티뱅크는 연일 고객들이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양도성예금증서(CD)를 팔아 4300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식시장을 빠져 나온 투자자들 중에는 한번에 100만 달러 이상을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은행 설립 이후 지금까지 1230만 달러를 유치한 이 은행은 연말까지 700만~10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 은행들이 선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부실자산이 없다는 깨끗한 이미지 덕분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기존 대형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데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신생 은행들도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거나 부실자산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사추세츠주에서 영업을 시작한 누보뱅크&트러스트의 제임스 가드너 최고경영자(CEO)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미국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광고 문구('Subprime Free')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미국독립은행연합회(ICBA)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하노버나 누보와 같은 743개 소형 은행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예금이 늘었다.
은행 설립 승인 건수(WSJ-FDIC) |
하지만 신생 은행들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높아져 상당한 예대마진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행 리서치업체인 FIG파트너스의 크리스토퍼 매리낵 애널리스트는 신생 은행들이 경제 회복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실자산 탓에 대출에 제한을 받는 기존 은행들과 달리 신생 은행들의 초기 자본은 곧바로 기업 및 개인 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은행 설립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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