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GM대우 베리타스··출시 9개월만에 단종?

2009-03-17 17:14

   
 
GM대우 베리타스/GM대우 제공

작년 9월 출시한 GM대우의 초대형 세단 ‘베리타스(Veritas)’가 시장의 외면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바뀐다. 출시 일년도 안 돼 교체되는 치욕을 겪게 된 것이다.

GM대우 관계자는 17일 “올해 상반기 안에 베리타스의 새 모델을 수입해 판매한다”며 “기존 차량의 플랫폼에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 계통과 외관 일부 등을 바꾼 마이너 체인지 모델을 들여온다. 차명은 그대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통상 자동차의 경우 마이너 체인지나 풀 체인지는 앞 차종 판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에 맞춰 이뤄진다. 하지만 베리타스의 경우 정점을 찍는 것은 고사하고 그동안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야심차게 등장했다가 2007년 3월, 1대 판매를 끝으로 조용히 사라진 이전의 대형 모델인 스테이츠맨을 닮았다.

베리타스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10월 162대에서 11월 28대, 12월 21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GM대우의 ‘계륵’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최고 5780만원인 차값을 500만~최대 1200만원까지 깎아주면서 1월 128대, 2월 429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판매가 급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신형 모델을 들여오기 위해 재고를 밀어내기 식으로 소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GM대우의 전략이 먹힌 탓인지 현재 재고는 거의 없다.

GM대우가 스테이츠맨 이후 수년째 대형차급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리타스만 해도 국산차라기보다 수입차에 가깝고(GM 자회사인 호주 홀덴사의 ‘카프리스’를 수입해 판매)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커 힘이 부족하다. 호주에서는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에쿠스와 체어맨에 밀려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새 모델을 들여오는 것은)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한 것일 뿐 재고 물량 소진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가격할인과 새 모델 출시와도 관계가 없다. 국내 대형차급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개발은 하루 이틀에 걸쳐 하는 것이 아니다. 차를 제작하는 홀덴사도 성능 향상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새 모델에 대한 자세한 스펙이나 가격 등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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