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비맥주 인수 '오리무중'···'주류공룡' 꿈 순탄치 않을 듯
2009-03-15 14:42
롯데의 오비맥주 인수를 둘러싸고 참 말들이 많다.
일단 롯데가 인수전에서 탈락한 것은 사실이다. 롯데가 인수전에 탈락했다면 오비맥주가 국내 주류산업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없는 해외 사모펀드에 넘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롯데측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입장이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조차 이번 롯데의 오비맥주 인수전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수한 소주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과대광고 의혹을 지적했다.
어찌됐던, 지금의 모양새는 당초 롯데가 꿈꿔 오던 ‘주류공룡’의 꿈은 첫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오비맥주 본 입찰 대상자로 사모펀드(PEF)인 어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F)와 콜버그크라스로버츠(KKR)가 선정되고 롯데는 탈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참여 업체들은 AB인베브의 희망가격 20억~25억 달러보다 크게 낮은 20억 달러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두 사모펀드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이번 예비입찰 탈락으로 주류사업 강화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롯데측은 “입찰과 관련해 AB인베브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는지 여부는 현재 알려줄 수 없다”며 “인수전은 진행형”이라며 오비맥주 인수에 강한의욕을 내비쳤다.
M&A 전문가들과 주류업계 역시 아직 본입찰 참여자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란 전망이다. AB인베브가 롯데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에 대해 응찰가를 다시 제시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는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찰가를 여러 번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채택했기에 가능하다는 게 M&A업계의 분석이다.
오비맥주 노조의 반발도 매각의 변수다. 본입찰 대상자인 사모펀드 2곳이 주류회사 운영보다는 매각 차익에 관심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는 오는 16일 3개 공장에서 2시간 부분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롯데가 인수한 소주 ‘처음처럼’도 초반부터 복병을 만났다. 두산주류 때부터 처음처럼은 ‘세계 최초의 알칼리 환원수’를 표방해 왔는데 최근 ‘식약청’은 “알칼리 이온수의 오용은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처음처럼의 마케팅 전략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롯데는 “식약청의 음용 주의는 매일 많은 양의 알칼리 환원수를 장기간 마셨을 때를 말하는 것일 뿐 소주 처음처럼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 최초의 알칼리 환원수’란 문구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처음처럼 으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두산주류에 이어 오비맥주를 사들여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던 롯데의 원대한 꿈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예고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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