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처 못찾아 '돈 까먹는 하마' 위기
2009-03-15 09:09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주식 및 채권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이 마땅한 투자처 찾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무려 236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민이 맡긴 돈을 오히려 축내는 '돈 까먹는 하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민연금 자산(기금)규모는 총 235조9518억원에 달한다.
이 기금 중 약 99.8%에 달하는 235조5208억원이 금융부문에 투자∙운용됐고, 금융부문 내에서도 채권 81.9%(국내 채권 77.7%, 해외채권 4.2%), 주식 14.4%(국내주식 12.0%, 해외주식 2.4%), 대체투자 3.7%로 각각 나눠 운용됐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은 166억원으로, 장부가수익률 기준의 운용수익률은 0.01%를 기록하며 ‘본전치기’정도 했다.
투자부문별 수익규모는 그나마 국내 채권에서 17조6399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나머지 해외채권에서 1조5125억원, 대체투자에서 1956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국내 주식에서는 14조157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해외주식에서도 5조1987억원을 잃는 등무려 19조원이 넘는 돈을 주식에서 날렸다.
작년 실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투자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국내 채권 보유분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었다. 또 국내 주식은 지분 5% 이상 종목의 공개를 의무화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더 사들이기 어려워졌다.
특히 지난해 유일하게 큰 폭의 수익을 냈던 국내 채권의 경우 지금도 과도한 투자비율을 더 늘릴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투자 상식에 역행하는데다, 연기금 뜻대로 국채 금리를 왜곡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뜻하는 대체 투자의 길마저 쉽지않다.
정부가 기업간 인수ㆍ합병(M&A)이나 구조조정, 해고 등을 가능한 피하는 대신,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구입할만한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국민연금은 출범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만 높아지고 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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