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사용자 지위 놓고 노사 '신경전'

2009-03-11 18:16
이정희 의원 등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발의 노조, "지주사 협상 테이블로 나와라"

정치권이 금융노조의 의견을 수용해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노조가 직접 노사 협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 인정과 지주회사 내 노사협의회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9일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야당 의원 11명도 함께 참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법 제41조의 5를 신설해 지주회사가 자회사 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고용상 지위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동법 제41조의 6을 신설해 지주회사를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장으로 보고 사내에 노사협의회를 설치토록 했다.

이정희 의원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지주회사가 노동조합법 체계에 포섭돼 있지 않아 지주회사와 노조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며 "이는 향후 노사 분규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곽노원 국민은행 노조 홍보국장은 "은행과 협의를 진행에 결과를 도출해도 지주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지주종업원 제도와 지주회사 직원의 복지 문제, 비용이 수반되는 다양한 사안들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직접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주회사들은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는 데 대해 껄끄러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지금도 자회사와 노조 간의 노사 협의 결과를 거의 원안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지주회사가 노조와 직접 대화를 하면 해당 자회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여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의 논란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정희 의원실의 조수진 보좌관은 "여당 의원은 한 명도 찬성 의사를 밝혀오지 않았다"며 "일단 4월 임시국회 기간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쟁점화될 경우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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