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진출기업 생산.판매법인별 `희비'

2009-03-09 16:32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진출형태별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KOTRA)는 9일 낸 `동유럽 금융위기와 진출기업 동향' 보고서에서 "동유럽에 판매법인을 둔 한국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생산법인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서유럽으로 수출하는 생산법인은 현지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화 약세로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감소한 데다 유로화 기준 수출가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두 곳의 공장에서 LCD와 PDP TV를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LG전자는 무와바 공장의 올 1~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증가했다.

   6월까지의 주문량이 생산용량을 초과해 현재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고 있다.

   LG전자의 매출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경기침체로 유럽 소비자들이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TV수요가 늘고 있고 폴란드 현지화 약세로 수출가격 경쟁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경쟁기업이었던 일본 및 유럽기업들은 현지화 약세에도 자국통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철수까지 검토하고 있어 향후 유럽 가전제품 시장의 경쟁구도가 재편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LG전자 측은 현재 삼성이 1위를 고수하고 있고 필립스, 소니, 샤프, LG 등이 경쟁하고 있는 유럽 TV 시장이 앞으로 삼성, 소니, LG의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법인과 달리 판매 법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동유럽 내 수요가 부진하고 현지 통화가치 하락으로 바이어들의 수입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에 진출한 A사는 시장수요 위축으로 주문량이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판매대금 회수에도 애를 먹고 있어 앞으로는 100% 현금결제 조건으로 거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헝가리에 판매 법인을 운영 중인 B사 역시 올 1~2월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44.6%나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 조병휘 통상조사처장은 "동유럽 금융위기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LG전자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며 "신규거래처 발굴, 틈새시장 개척으로 현재의 위기를 잘 넘기면 이번 동유럽 위기는 우리가 유럽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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